새로움(New)과 복고(Retro)의 합성어인 뉴트로(Newtro)가 최근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한 예로 종로의 익선동이 핫플레이스로 자리잡으면서 낡은 골목길의 담장 아래에서 고기를 굽는 것이 색다르고 참신한 정경이 됐다. 1990년 대까지 유럽 등지의 노상카페처럼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던 우리 문화에서는 놀라운 일이다.이처럼 과거의 낡은 것이 이제 와서 평소의 생활에서 접하기 힘든 독특한 경험으로 작용하는 것은, 그간 우리 사회의 구매 계층과 사회상 등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과거의 것들이 일상의 불편함과는 거리가 먼, 일종의 체험과 상징물에 그친다. 따라서 동일한 대상이더라도 윗 세대들의 기억과는 차이가 있다.기성 세대들이 지금의 레트로 열풍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이들은 지금까지 낡은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을 선호했던 시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가령 90년대까지 멀티플렉스라는 극장 형태는 선진국에서 운영되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후 국내에서도 앞다퉈 멀티플렉스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피카디리나 단성사같은 과거의 유명극장들은 모두 이름만 남아 고층빌딩으로 사라졌다. 지금은 외국이든 국내든 극장 상영관에 들어가면 아무런 차이도 없다. 뉴트로에 편승할 문화자원도 될 수 없다.이와 유사한 사례로 인사동은 사실상 유일했던, 일반인들의 접근이 용이했던 화랑거리였다. 종로 등지에서 걸어오거나 지하철로의 연결도 용이한 접근성에, 꼬불꼬불한 골목길은 인근의 피맛골과 연결할 수도 있었다. 영화에 등장했던 인근의 고갈비집은 지역의 명소로 떠오르기도 했다.그런데 이 때 누군가 엉뚱한 생각을 했다. 나름 유명한 관광지이니 통행이 편하게 도로를 넓히고 보도블럭도 새로 깔아 정비하자고. 이런 무지한 발상에 지각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반발했지만 해당 지자체는 이를 밀어붙였다. 그리고는 한동안 인사동에 스타벅스가 들어왔다는 것을 자랑스러운 변혁의 사례로 내세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그 결과가 어찌됐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지금도 현재진행형인 을지로 등의 재개발 이슈들은 이런 사례들에 비춰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젠 우리도 외국의 고층빌딩과 휘황찬란한 야경에만 감탄하는 수준은 넘어섰기에, 지역특성에 따른 옛 경관의 보전이 갖는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에게는 낡고 값어치 없는 것이 다음 세대에서는 트렌디한 옛 것과 서민적인 정취도 될 수 있고, 외국인에게는 이국적으로도 비춰진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물론 자본주의사회에서 개발이익이라는 미명에 저항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당장의 이익논리에만 편승한다면 그 결과물은 흔한 고층빌딩군이 될 것이고, 신축건물은 한동안 말끔해 보이겠지만 그 이상은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개별 건축물을 근대유산으로 지정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단위의 모습을 도시의 경쟁력으로 유지하려면 거시적인 안목도 필요하다. 뉴트로처럼 사회변화에 기인한 장기적인 트렌드를 정책의 입안과 실현에 적절히 반영함으로서 과거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필요함은 물론이다.
◇주요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 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건축· 경관· 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 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