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재계서열 뒤집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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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그룹 재계서열 뒤집을까
  • 류세나 기자
  • 승인 2007.12.14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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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물류·유통 3개축 구축불구, ‘투기등급’되나

신평사들 “신규 수익기반 확보 불구, 차입금부담 확대 우려”
유진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기대”…재계 30위권 노려

공격적 M&A(기업인수 ∙ 합병)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는 유진그룹이 지난 9일 전자제품 전문 유통회사인 하이마트를 손에 넣으면서 다시 한 번 재계를 놀라게 했다. 올 들어서만 다섯 번째 기업사냥이다. 그러나 하이마트 인수에 성공했다는 기쁨도 잠시, 인수 소식과 함께 유진그룹은 회사의 신용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위기에 봉착했다. 차입금 부담이 지금보다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되자 신용평가사들이 등급 하향조정을 시사하고 나선 것. 만약 신용등급이 내려간다면 하이마트 인수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진그룹은 지난 9일 홍콩 현지에서 하이마트 매각 주체인 ‘코리아 CE홀딩스 B.V.’와 하이마트 지분 100%를 1조9천5백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레미콘 사업이 주력이었던 유진그룹은 이번 하이마트 인수로 건설·물류·금융에 이어 유통업에까지 진출하게 됐다. 유진그룹이 인수한 하이마트는 국내 가전유통시장에서 17%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업계 1위로 2007년 매출액이 2조3천374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알짜기업이다. 이번 M&A를 통해 유진그룹은 연 매출규모가 3조5천억원에 이르는 어엿한 중견기업의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유진그룹 김재식 부회장은 지난 10일 하이마트 인수를 알리는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물류∙ 유통 등 3개 축을 21세기 그룹의 신수종 사업으로 삼고 1년 전부터 하이마트 인수를 준비해왔다”며 “기존 건설∙ 기초소재를 기반으로 물류∙ 금융∙ 유통간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이 되면 그룹 매출이 4조원 이상으로 늘어 재계 30위권 내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진그룹은 로젠택배, 한국GW물류, 한국통운 등의 인수를 통해 이미 전국적인 물류망을 확보하고 있어 하이마트의 24시간 배송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이마트가 전국 252개 지점 외에도 매년 40여개의 신규 매장을 개장∙ 리모델링하고 있는 만큼 유진기업 건설부문에 매년 1천억원 이상의 추가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 계약은 앞으로 한 달 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신고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업계 큰손 따돌리기 ‘성공’

▲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
하이마트 인수전에는 유진 외에 GS그룹과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치열한 3파전을 벌였다. GS그룹은 유진보다 5백억 이상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하이마트는 유진그룹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 동안 하이마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미국계 사모펀드 AEP는 투자금 회수를 주된 업으로 삼고 있다. 그런 AEP가 ‘웃돈’을 마다하고 유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유진그룹 관계자는 “인수전이 가열되면서 매각자 입장에서 금액은 큰 변수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경영능력과 고용보장 면에서 유진이 유리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선종구 사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안정적인 경영구도 보장이 GS의 ‘가격’이라는 ‘당근’보다 월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장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하이마트를 GS가 인수할 경우 현 경영진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가전제품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하이마트의 속성상 LG전자와 특수 관계를 갖고 있는 GS그룹은 아무래도 부담요인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GS가 ‘실사 과정에서 잠재 부실이 드러나면 매각 가격을 재협상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은 것도 장애요인이 됐다는 후문이다.

수익기반 확대됐지만…

무리한 M&A였을까. 유진그룹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하이마트 인수에 성공했지만 투기등급으로 떨어질지도 모를 처지에 놓여 있다. 하이마트 인수로 늘어나게 될 차입금 부담에 신용평가사들이 등급조정을 시사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 9월 기준 유진그룹의 총차입금은 2천360억원. 그룹이 건설ㆍ물류ㆍ금융 등의 분야로 영토를 확장해감에 따라 차입금은 2004년말 514억원, 2005년 1천299억원, 2006년 2천128억원으로 급증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1일 유진그룹 계열사인 유진기업, 고려시멘트, 기초소재 등 3개사의 신용등급을 ‘미확정검토’ 와치리스트(Watch List)에 등록했다. 미확정검토 대상은 채권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만한 이벤트 발생시 향후 등급의 방향이 불확실할 때 등재된다.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조만간 유진그룹 계열사들을 조정 후보에 등재할지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입금 부담 확대를 문제 삼아 등급이 한단계라도 하향조정된다면, 유진기업은 투기등급(BB+이하)이 되고 만다. 이 경우 유진그룹이 겪어야 할 풍파는 상당히 높을 수 있다. 기존에 거래하던 금융회사들은 물론 당장 인수금융에 참여하는 투자자들도 훨씬 높은 금리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신평 측은 “인수대금이 그룹의 자본규모 및 유동성 대비 과다한 수준이고 자본출자 규모, 추가적인 차입규모, 전략적 투자자 참여여부 등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은 “그룹 상장사의 증자 대금, 유보자금, 미디어 관계사 매각 등으로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서울증권을 인수하면서 매각자금 2천236억원 중 1천671억원이 빠져나간 상태다. 하지만 투기등급으로의 전락을 면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이마트의 재무건전성이 뛰어나고 신용평가사들도 하향조정을 크게 부담스러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회사 측이 자금조달 방안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지 않아 말 그대로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등급하향시 투기등급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결정이 더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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