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길수 기자] 초등학교 졸업 후 소식이 끊겼던 동창생과 연락이 닿아 전화 통화를 하면서 어린 시절에 같이 찍었던 사진을 몇 장 보낸 일이 있었다.그런데 그 친구는 사진을 찍은 기억도 별로 없거니와 집안 형편 상 그런 사진을 살수 없었기에 난생 처음 보는 자신의 어린 모습에 감회가 남달랐다고 했다.입에 풀칠하기도 빠듯했던 시절에 사진을 찍는다는 일, 그리고 그 사진을 사서 보관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었다.중·고교 시절에는 사진기를 대여 받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촬영 후 현상과 인화의 과정을 거친 후에야 사진을 볼 수 있었던 시대는 꽤나 오랫동안 지속되었다.필름을 사용하는 시절이 지나고 디지털카메라 시대인가 했더니 각자의 주머니 속의 전화기에 탑재된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세상이 되었다.번잡한 절차 없이 그저 손가락만 살짝 대면 최적의 화면을 즉석에서 확인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낼 수 있으며 게다가 동영상 촬영도 가능한 세상이다.
사실 처음에 이런 환경에 접했던 119 대원들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우려하여 그다지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각종 현장에서 재난을 수습하는 소방대원에게 있어서 재난 현장에서의 활동 상황이 여과 없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혹시나 우리의 모습이 왜곡된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그러나 세월이 지날수록 각종 매체에 올려지는 119 대원의 모습을 본 대다수의 시민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고군분투 하는 광경에 응원을 보내기도 하며, 우리 삶 속에 널려있는 안전의 위험 요소가 많음을 깨닫고 안전 문제를 의식하게 되는 등의 매우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우리 소방대원의 활동을 보면서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인식하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우리 119가 존재하는 목적과 일치하니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으리라 생각한다.오늘도 각종 현장으로 출동하는 이 시간에도 우리를 주시하는 많은 시선이 있으며, 그런 모습을 열심히 촬영하는 수많은 렌즈가 있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아찔하고 처절한 현장을 보면서 경각심을 일깨우고 그로 인하여 재난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