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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3월 임시국회가 열리자마자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4당은 선거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상정하는 논의에 착수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자유한국당을 압박하고 나섰지만 한국당은 "입법 쿠데타"라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민주당은 7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 개혁안과 사법개혁안, 공정거래법 등을 묶어서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의견을 모았다.야3당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릴 선거제 개혁안으로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각각 225석과 75석으로 의원정수를 현재 300석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1월에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각각 200석과 100석으로 당론을 낸 바 있다.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되 준연동제·복합연동제·보정연동제 가운데 하나의 방식을 채택하고, 석패율제를 도입하기로 한 내용은 이전 발표와 같다.패스트트랙에 올릴 법안은 선거제 개혁안(공직선거법)을 포함해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등 사법개혁안,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이 포함됐다. 국민투표법과 국가정보원법, 행정심판법, 국가권익위원회를 반부패총괄기구인 국가청렴위원회로 바꾸는 부정 방지 및 권익위 설치법, 패스트트랙 기간을 330일에서 90∼180일로 줄이는 국회법도 포함됐다.이 같은 의원총회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민주당 최종 협상안은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민주당은 여야4당이 합의하면 이 같은 법안들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상정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선거법 패스트트랙 처리에 미온적이었던 바른미래당도 입장을 바꿨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국당은 권력구조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만 선거제도를 논의할 수 있다는 주장만 늘어놨다"며 "이것은 시간만 끌면서 선거개혁 합의가 불발되기를 기다리는 자세를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한다면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패스트트랙 강행을 시사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오늘이라도 당장 선거제도 방안을 내놓고 주말동안 끝장토론을 통해 선거제 합의를 이룰 것을 다시 제안한다"고 덧붙였다.앞서 전날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패스트트랙은 시한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다음주 중에는 판단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한국당에 선거제 개혁 관련 당론을 내놓아야 한다고 최후통첩을 날린 바 있다.이에 대해 한국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4당이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기로 뜻을 모은 데 대해 "최악의 빅딜 획책"이라며 "제1야당 패싱하며 선거제도를 일방적으로 바꾸는 사상 초유의 입법부 쿠데타"라고 했다. 그러면서 "의석수를 300석에서 단 한 석도 늘리는 개정에 절대 찬성할 수 없다"며 "의원내각제와 안 맞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민주당 제2중대, 3중대 정당만 만드는 꼴"이라고 주장했다.나 원내대표는 선거제 개혁과 함께 권력구조 개편도 병행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도 견지했다. 그는 "의원내각제에 적합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는 분권형 권력구조 개편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면서 "선거제 개편안만 올려놓고 '먹튀'로 일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의원정수와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조정 등을 포함하는 선거제 개혁은 지난해 12월 소수정당의 단식농성 끝에 여야5당 원내대표가 2월까지 안을 내놓기로 합의한 이후에도 논의가 지지부진했다. 특히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요구하며 선거법에 대한 당론을 내놓지 않고 있어 여야4당은 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워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주고 있다. 이번주 주말까지 여야4당과 한국당이 선거제 개편에 대한 합의안을 내지 못할 경우 선거법 개정안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정개특위 여야 간사는 오는 11일 선거제 개혁 협의를 위해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