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얼마 전 필자의 고교 선배가 딸이 현재 고2 문과인데 전문직으로 진로 생각하고 있는데 어떤 분야가 좋은 지 상담해 왔다. 우리나라는 1997년 IMF 이후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20년이 지나 4차 산업혁명이 진행 되고 있는 현재 전문직의 미래도 그 다지 밝지만은 않다. 종종 뉴스로 요즘 변호사들은 선배들처럼 억대 연봉은커녕 사무실 유지비도 벌기 힘들다고 기사를 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더 추락한다?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왜? 왜 그런 걸까?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의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진 않겠지만, 숫자가 줄고 역할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미 의료계에선 IBM이 개발 한 AI 의사 왓슨의 도입으로 사람 의사의 역할이 크게 변하고 있다. 왓슨은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단 8초 만에 내린다. 법조계도 마찬가지다. 유능한 변호사를 판단하는 기준은 '법조문과 해당 판례를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이다. 하지만 법률지식에 있어 인간 변호사는 앞으로 AI를 따라갈 수 없다. 2016년 뉴욕의 유명 로펌 베이커드앤드호스테들러에 처음 도입된 AI 변호사 로스는 초당 1억장의 법률 문서를 검토해 개별 사건에 가장 적절한 판례를 찾아내 추천한다. 어디 그뿐인가. 세계 1위 투자회사 골드만삭스는 10년 전 600명에 달하던 주식 트레이더를 단 2명으로 줄였다. 켄쇼라는 AI 투자 알고리즘을 채용했기 때문이다.명문 학교를 나와 대기업이나 대학, 정부 고위직에 자리 잡고 전문화된 지식노동을 제공하던 엘리트의 업무 중 상당 부분이 인공지능화 된다. 수요자들은 희귀했던 전문지식 노동 서비스를 값싼 AI 서비스로 맘껏 누릴 수 있다. 공급자 위주 시장은 재편될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결과(2017년)도 현재 사람이 수행하는 업무의 상당 부분이 쓸모없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2030년 국내 398개 직업이 요구하는 역량 중 84.7%는 AI가 인간보다 낫거나 같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문영역으로 꼽혔던 의사(70%), 교수(59.3%), 변호사(48.1%) 등의 역량도 대부분 AI로 대체될 것 이란 설명이다.그렇다면 지식 노동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AI가 할 수 없는 서비스를 학습해야 한다. 첫째 감성이다. 고객의 감정에 귀 기울이고 함께 울고 웃어주는 감성능력을 키워야 한다. 둘째 AI와 함께 일하는 방법 즉, 협업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정형화되고 반복적인 데이터 분석 노동은 AI에 맡기고 큰 그림을 짜는 전략적 사고력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AI의 이해에 필요한 IT 지식과 이질적 요소를 합치는 융합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새로운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적극적인 학습능력이 필요하다. 기계도 학습하는 시대다. 과거의 지식에 집착하지 말고 다른 사람과 기계로부터 계속 배우지 않으면 결코 기계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