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에너지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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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에너지 정치학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9.04.21 15: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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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정경부장
[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70년대 두 차례의 오일파동은 전후 세계질서가 에너지 자원과 결코 무관치 않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미국은 석유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경찰국가를 자처하며 중동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 90년대 걸프전쟁이나 이어진 9.11테러 모두 결국 석유를 둘러싼 국제정치의 산물이었다.최근 들어 미래 에너지 판도의 변화가 다시 세계질서를 뒤흔들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지정학 전략가인 피터 자이한은 2017년 저서인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에서 셰일 혁명으로 인해 세계 질서의 근본적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셰일층(퇴적암층의 일종)에서 추출한 천연 가스를 셰일 가스라고 부른다. 성분상 기존 천연가스와 다르지 않다. 수평 채굴법이 나온 뒤로 셰일 가스의 경제적 시추가 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석유 고갈에 대한 두려움은 당분간 사라지게 됐다. 세계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확인된 셰일 가스만 187조4000억㎥로 전 세계가 향후 59년간 사용 가능하다. 추가적으로 인류가 200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 존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게다가 미국, 중국, 중동, 러시아 등 전 세계적으로 고르게 분포해 있다. 중동과 같은 특정지역에 한정된 석유나 천연가스와는 다르다.특히 셰일 가스가 미국에 풍부하다는 게 문제다. 미국은 수평 채굴법으로 셰일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다. 자이한은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자급이 가능해진 미국이 더 이상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집권에 성공한 트럼프의 신고립주의가 단순히 정치 이단아의 집권기에만 유행하다 사라질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미국이 실제 전후 세계질서 유지에서 손을 뗄 경우 유럽·중동·동북아에서 상당 기간 혼란이 불가피하며, 특히 한국이 경제적으로 그리고 군사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자이한은 주장한다.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논란이 많은 사안이니 일단 논외로 치자. 경제적인 면에서 불행히도 한국은 석유와 마찬가지로 셰일 가스도 나지 않는 자원 빈국이다. 또 다시 석유 파동과 같은 경험을 피하려면 에너지 자립이 필수다. K-STAR의 성과로 인해 핵융합 상용화가 현실로 다가오고는 있지만 아직은 불확실한 미래다. 남은 것은 원자력 발전이나 신재생 에너지다. 이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선택은 신재생 에너지다.그런데 신재생 에너지는 참 고약한 면이 있다. 필연적으로 에너지 종속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롤모델인 독일의 경우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점차 줄이고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실제 2011년 탈원전 선언을 기점으로 원전 비중이 확연히 줄고,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문제는 태양광 발전이 불가능한 밤이나 바람이 잦아드는 계절에는 주변국에서 전력을 수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나마 주변국들이 독일을 따라 신재생 에너지로 갈아타지 않았기에 전력 수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애초 전력 수입 자체가 불가능하다.상황이 이런데 문재인 정부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35%까지 늘리기로 했다. ‘에너지 정치학’이 불러올 폭풍우를 어찌 헤쳐갈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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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2020-04-21 15:59:35
신재생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태양광과 풍력발전은 햇볕이 없는 야간이거나,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 바람이 불지 않거나 약하게 부는 날은 발전이 되지 않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4차산업시대에 아주 중요한
전기품질도 원전에 비해 훨신 안좋다.
결국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LNG, 석탄 등 화석연료 밖에 없다. 이는
미세먼지,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여 친환경적이지 않고 LNG의 경우 가격도 비싸고 안정적이지 못하다.
재생에너지비중을 높이는 것은 안정적인 원전,석탄이 받쳐주지 않으면 대규모정전사태 위험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