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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하다 거울에 튄 물방울에 시선이 갔다. 작은 물방울에는 일그러진 내 얼굴이 담겼다. 마침 개인전을 준비 중인 작가 손수민이 떠올랐다. 손수민 작가의 물방울 연작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예수의 초상 ‘살바토르 문디(구세주)’나 아인슈타인, 윈스턴 처칠 등 누구든 알만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그 초상 위로 수 백 개의 물방울을 그려 넣는다. 그 물방울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면 위로 초상화의 이미지가 맺혀 있다. 이미지들은 물방울의 크기와 형태가 다르듯이 제 각각이다.살바토르 문디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런데 이미지들은 하나같이 위아래가 뒤바뀌어 그려져 있다. 작가는 실재하는 인물과 물방울 속에 비춰진 잔상을 대립하게 그려 세상의 이치를 직관적으로 보여준 것이다.작가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이런 메시지는 반복된다. 그의 작품에는 아름다움과 여성성을 소유한 꽃과 남성적 이미지와 파괴를 상징하는 미사일, 값비싼 명품 로고와 폐품인 병뚜껑 등 두 가지의 대립적인 소재를 동시에 등장해 하나의 화면을 완성한다. 평론가 구기수는 손수민의 조형적 방법론은 서로 상반되는 개체와 의미의 병행 속에 등장하는 역설적 시각언어를 선택하여, 소통과 이해의 장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생각해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의 근원을 파고들면 극과 극의 대립된 존재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물질의 기본 구성단위인 원자만 해도 마이너스 성질의 전자와 플러스 성질의 양성자라는 대립된 존재가 서로 힘의 균형을 이루기에 존재할 수 있다.그 균형이 파괴되면 나타나는 후폭풍은 세상의 근간을 흔든다. 탄소에 양성자를 충돌시켜 생겨난 구멍에 빛을 흡수시키면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원자핵의 붕괴는 어마어마한 핵분열 에너지를 뿜어낸다.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오늘도 갖가지 상반된 가치들이 충돌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가치들 간 충돌이 심해지면 서로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일도 많다. 하지만 물질세계에서 공존과 균형이 중요하듯 인간사에서도 상대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공존해야 한다. 만약 잠시 힘을 가진 일방이 독선과 독주만을 추구한다면 그 사회는 존립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