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수 찍는 강남 부동산∙중고명품점, 강남 유흥업소 아가씨들 노린 ‘변종 대부업’ 기승
일수 부동산, 보증금 대출해준 뒤 연이율 80.3% 고리 받아내
중고명품대출, 유흥업소 많은 강남권에만 있는 신종 불법대출
신용등급 낮은 ‘나가요걸’ 타겟, 돈 갚지 못해 성매매 나서기도
[매일일보닷컴] 서울 강남의 일부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이제 ‘땅 팔아서 돈 번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사람들이 보통 부동산을 찾는 이유는 집이나 땅을 사고팔기 위해서다. 그러나 요즘에는 돈이 급한 사람들도 이곳 부동산들을 찾는다. 특히 강남지역의 일부 부동산들이 그렇다.
이외에도 강남에는 지역 특수성을 띤 대부업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명품대출’이 그것이다. 강남의 중고명품점에는 명품을 담보로 연 48~60%의 이자를 받고 대출을 해주는 ‘변종 대부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매일일보>에서 그 실체를 들여다봤다.
서울 압구정동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황모씨(28 ∙여)는 지난 1월 전세 보증금이 모자라자 1,000만원을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대출받았다. 부동산업자가 자신의 명의로 전세집 주인과 임대차계약서를 대신 작성하고 황씨는 업자에게 매일 원금과 이자를 갚는다는 조건이다. 부동산 일수방에서 얻은 대출금의 연이율은 수수료를 포함해 80.3%로 황씨는 100일 동안 하루 12만원씩 총 1,200만원을 갚아야 했다. 이곳에서는 부동산중개업소의 일도 처리하고 있었지만 실상은 속칭 ‘일수방’ 형식을 취한 변종 부동산이었던 것. 이는 신용등급이 낮아 목돈을 얻는 게 쉽지 않은 ‘강남 아가씨’들을 노린 신종 불법대출 형태다. 청담동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정모씨(24∙여)는 자신이 사용하던 명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뒤 그 돈으로 명품을 사 모으는 재미에 푹 빠졌다. 강남의 수많은 업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또 손님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있어 보이기’ 위해서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아야하는 직업특성상, 밥은 굶어도 명품을 사 모으는 데는 열을 올려왔던 그녀. 때문에 현재 가진 돈은 없어도 가진 명품은 많았다. 그런 그녀에게 솔깃한 정보가 들어왔으니, 바로 인터넷에서 ‘명품담보대출’이라는 광고를 본 것. 명품브랜드의 신상품을 사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정씨는 갖고 있던 핸드백, 구두 등의 명품을 담보로 중고명품점에서 대출을 받았다.대출 조건은 월이자 5%를 적용해 3개월간 원금·이자를 모두 갚는 방식으로, 연리 60%의 고금리 상품이다. 대출금은 하루 이틀만 걸러도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강남구 일대의 이 같은 불법 대부업 행태는 경찰의 기획수사로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법정이자율 넘는 80%대 고리 받아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28일 강남일대에서 부동산업소나 중고명품점을 운영하며 유흥업소 여종업원을 상대로 무허가 대출을 한 홍모씨(32) 등 부동산중개업자 45명과 중고명품가게 업주 22명 등 모두 67명을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부동산 거래 줄어들자 ‘돈놀이’로 불법 영업
이런 곳들은 유흥업소 등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번화가에 가면 찾아 볼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업소 간판 옆에 ‘일수방’이라고 노골적으로 표시해 놓은 곳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중고명품점이나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이렇게까지 변질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의 대답은 하나같이 “경기가 어려워 생존차원에서 ‘대안’을 찾았다”는 것이었다. 경찰에 적발된 부동산업자 중 한 명은 “매매보다 전세·월세 방이나 오피스텔을 알선하면서 자연스럽게 돈놀이를 하게 됐다”면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서울에만 수백 군데가 있다”고 말했다.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