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추천위원 성향 뚜렷해 합의는 ‘원천 불가’
뉴라이트vs언론노조, 보혁 논쟁만 시끄러울 듯
결정권 없는 논의기구 한계 명확 시간만 허비?
‘입법과정에 최대한 반영’ 해석 차이도 걸림돌
[매일일보=이재원 기자] 국회가 본격적인 미디어 입법전쟁에 돌입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이하 문방위) 산하에 설치된 국민여론수렴기구인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이하 미디어발전위)는 여야 추천위원 인선을 마무리하고 13일 첫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여·야 추천위원들의 성향이 뚜렷해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언론노동조합 등 진보진영세력 위원들을 추천한 반면, 한나라당은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진영세력을 포진시켰다.
따라서 이들 간의 토론이 보수와 진보간 장벽에 갇힌 채 말싸움만 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미디어발전위가 권한에 대한 결정권이 없는 사회적 논의기구라는 점에서 자칫 본인들의 주장만 펴다 100일간의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등 양측의 보혁 논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 뉴라이트 계열 학자ㆍ보수단체회원 주류
한나라당은 지난 12일 언론관계법 개정을 위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명단을 최종 확정, 발표했다.
한나라당은 윤석홍 단국대 언론홍보영상학과 교수, 최선규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 김영 전 부산 MBC사장, 이병혜 전 KBS앵커 등 4명을 추가, 총 10명의 위원명단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공동위원장 내정자인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와 황근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강길모 미디어발전국민연합 공동대표,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변희태 실크로드 CEO포럼회장, 이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 등 6명을 추천한 바 있다.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다양성, 전문성, 현장성을 기준으로 위원을 추천했다”며 “무엇보다 현장성을 중시, 현실 부분을 체크하고 개선 노력을 할 수 있는 인사를 명단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김우룡 공동위원장 내정자에 대해 “MBC PD출신이자 방송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방송정책까지 다룬 경륜있는 인사로 이해관계를 잘 조율해 미디어국민위를 원만하게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나 의원은 “표결 처리에 15일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할 때 상임위에서 어느 정도 논의가 마무리 되어야 하기 때문에 4월 임시국회부터 상임위에서도 대체토론과 심사 등 일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 진보진영 학자 및 언론종사자 추천
민주당은 강상현 연세대 교수,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 이창현 국민대 교수, 류성우 전국언론노련 정책실장,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 박민 지역미디어공공성위원회 집행위원장,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김기중 변호사 등 8명의 인선을 마무리했다. 민주당 추천위원 대부분은 진보성향 인사들로 학계 출신 인물과 언론관련 종사자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소속인물로 구성돼 있다.민주당은 강상현 연세대 교수를 좌장으로 팀워크 중심의 전문위원단을 구성, 한나라당과의 논리대결에서 우위를 서점하고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미디어 관련법에 대한 반대여론을 확산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민주당 추천위원을 살펴보면 진보성향 언론학자 모임인 미디어공공성포럼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상현(전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비롯해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이창현 국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이다.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 등 나머지 추천위원도 대부분 전국언론노조 등 진보성향 언론관련 단체들의 연합체인 ‘미디어행동’ 소속으로 활동 중에 있다.국회 문방위 소속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전병헌 의원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주당은 미디어발전위 추천위원 선정을 위해 시민사회단체·전국언론노동조합·미디어행동·미디어공공성포럼 등의 단체와 논의하고 지도부와 상의했다”면서 “이론과 현장성을 겸비한 행동하는 지성인, 행동하는 전문가 진용으로 선정했다”고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갑론을박으로 끝날 가능성 높아
한나라당 10명, 민주당 8명, 선진과 창조의 모임 2명으로 구성된 미디어국민위가 지난 13일 고흥길 문방위원장으로부터 위촉장을 받은 뒤 국회 귀빈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첫 회의를 가졌지만 소모적인 설전만 벌인 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첫 회의에 앞서 여야 공동위원장으로부터 위원회 운영의 밑그림을 전한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논의 의제에서부터 회의 공개 여부 등 절차상의 문제까지 크게 엇갈렸다.
한나라당이 추천한 김우룡 공동위원장(한국외국어대 교수)은 “위원회는 분명 자문기구”라며 선을 그었고, “위원회가 진지하고 폭넓은 논의의 장이 되도록 하겠다”면서도 “결정은 국회의원들이 할 것”이라고 말해 위원회의 위상을 애써 낮추려 했다.
그는 논의 의제도 “한나라당 법안이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야당 쪽 의견처럼) 한국 언론 청사진을 전반적으로 그리려고 시도하면 위원회가 완전히 표류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 추천의 강상현 공동위원장(연세대 교수)은 “위원회가 자문기구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견해를 재확인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끊임없이 위원회의 위상을 약화시키거나 폄훼하려는 경향이 보인다”고 우려했다. 회의를 비공개하고 지역 순회공청회를 열지 않겠다는 데서부터 논의 내용을 축소하고 은폐하려는 저의가 읽힌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한나라당 법안만 가지고 갑론을박하다 보면 논의는커녕 논쟁만 하다 끝날 수밖에 없다”며 ‘한나라당 안을 놓고 덧셈 뺄셈하자’는 여당 쪽 주장에도 뜻을 달리했다.
더욱이 여야가 “상임위 입법 과정에 최대한 반영토록 노력한다”고 합의했으나 그에 대한 해석 차이가 불씨로 남아있다.
여야는 미디어발전위의 활동과 함께 여론이 법안 결정에 가장 큰 변수로 파악하고 본격 홍보전에 나설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토론회등을 통해 미디어법안을 홍보하고,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기 위해 대학을 돌며 특강에 나서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민주당도 전국을 무대로 토론회 및 공청회를 갖고, 언론관련 단체와 함께 집회 등 장외홍보전도 계획하고 있다.여야는 미디어발전위의 100일간 논의를 거쳐 방송법과 신문법, IPTV법, 정보통신망법 등 4개 법안에 대해 6월15일 이후 표결처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미디어법안 입법에 “사회적 논의기구 결과를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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