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큰 군인공제회 ‘변화’ 힘드네
실탄은 예전만 못한데 회원 이자는 여전히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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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큰 군인공제회 ‘변화’ 힘드네
실탄은 예전만 못한데 회원 이자는 여전히 높아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9.03.27 1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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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7% 과도한 이자율 자금 운용 시 부담…이자율 축소 내부 반발로 일단 보류
리스크 큰 대규모 M&A 당분간 힘들어 …PF대금 등 각종 투자금 회수도 차질

업계 안팎 군인공제회 유동성 의문 고위험 투자 우려
공제회 “금리 조정 공감대 필요 자금사정은 문제없어”

[매일일보= 권민경 기자]

16만 회원과 8조원의 자산, 11개 산하사업체를 보유한 초우량 군인공제회(이사장 양원모)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 전 이사장의 금품수수 비리 의혹으로 한바탕 곤혹을 치렀던 군인공제회가 최근 들어 자금사정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또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막강한 실탄을 바탕으로 그동안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했던 군인공제회가 자금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군인공제회는 당분간 리스크가 큰 대규모 M&A에서는 손을 떼기로 했는가 하면, 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회원 급여저축 이자의 축소를 추진하려고 했지만 군 내부 반발로 인해 보류되고 말았다.

앞서 군인공제회의 부실 상가 투자 역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고, 투자기관에 지급보증까지 선 것으로 알려져 감사원에서 사실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6일 군인공제회에 따르면 당분간 대형 M&A와 부동산 개발사업보다는 자금 회수 기간이 3~5년 정도로 짧은 중소형 투자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소 조정할 예정이다. 군인공제회 한 관계자는 “현재 시장상황으로 봤을 때 대규모 투자는 다소 어려울 것으로 보여 빠른 회수가 가능한 쪽에 집중하려고 한다”면서 “건설, 부동산 투자의 큰 틀에는 변함이 없지만 리스크가 높은 투자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우’에 따라 좋은 기회라고 판단될 때는 투자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침체 장기화 투자금 조기회수 불가능...M&A 방침 변경

군인공제회는 그동안 금호타이어 M&A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1천438억원을 거둬들였고 진로, 해태제과, 두산인프라코어 대형 딜에 참여하는 등 M&A 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해왔다.

그런 군인공제회가 투자방침을 변경하는 데에는 자금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 큰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M&A와 부동산 개발 사업 위주의 투자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상당한 리스크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개발 사업 등에 현재 1조원 가량의 자금이 묶여있는 데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해 투자했던 M&A 딜마저 지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 군인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8조134억원의 자산 중 전체의 40% 달하는 3조1천847억원을 건설·개발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건설업계 부실의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 규모도 1조1천46억원에 이르는데, 이 중 7천억원 가량을 3월 말까지 조기 회수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황이다.또 금융투자 부문에서도 주식과 채권 투자 비중은 20%(5천694억원)에 불과하고 지분투자, 펀드투자와 기업어음 등으로 2조2천461억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업공개를 앞둔 진로, 해태제와, 성동조선해양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인데 주식시장 침체로 상장이 미뤄지면서 투자금 회수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는 유동성 위기설까지 간간히 새어 나오고 있다. 공제회의 순이익은 지난 2007년 1,500억 원대에서 지난해에는 100억 원 아래로 뚝 떨어지기도 했다.
군인공제회 측에서는 4천6백억원 가량의 현금과,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주식채권이 4천3백억원 여기에 금융권에서 빌릴 수 있는 자금 여력 등을 포함해 총 1조2천억원 가량을 확보할 수 있어 유동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차입금 비중이 높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공제회법 상 회사채 발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외부자금은 대부분 기업어음(CP)과 은행 단기 차입금에 의존해왔다. 현재 공제회 자산 중 차입금 비중은 40% 가까이 달해 다소 높은 편. 그러나 최근 국내 시장에서는 CP발행이 어려워진데다 은행들마저 유동성 사정이 나빠 대출을 꺼리고 있어 군인공제회는 장기자금 조달을 위해 이례적으로 해외차입까지 나서고 있다.

회원 이자율 인하 내부 반발로 무산, 운용 부담 여전

이런 상황에서 타 공제회보다 높은 회원급여율 문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군인공제회의 회원급여율은 연 7%에 달해 타 공제회의 연 5~6%보다 높은 수준이다.

▲ <양원모 군인공제회 이사장>

회원 급여율은 공제회 입장에서는 ‘조달비용’ 에 해당하기 때문에 높은 조달비용으로 인해 자금 운용의 부담 또한 컸다. 현행 이자율로는 적어도 9%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에만 참여해야 하므로 결국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군인공제회 한 관계자는 “현 이자율은 조달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아무래도 투자시에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면서 “투자기회를 상실하는 경우도 많고,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떨 어진다”고 말했다.사실 회원 급여율이 현 시중 금리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공제회 자체 의견 뿐만 아니라 상위 기관인 국방부나 감사원으로부터도 여러 차례 지적 받아온 사항이다. 앞서 감사원 감사에서도 회원들에게 과도한 금리를 지급하기 위해 무리한 투자를 감행한다는 점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감사원 ‘연기금 감사단’이 지난 2월 국민연금과 각종 공제회를 감사한 결과 군인공제회의 공격적인 투자가 경기 호황기에는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불황기에는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어, 회원 급여율을 현실화하고 부동산과 지분 투자 위주의 투자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에 군인공제회는 최근 회원 급여율을 7%에서 5.8~6.2%(평균금리 기준)로 1%포인트 가량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내부 반발로 유보되고 말았다. 군인공제회의 존립 근거가 회원 군인들의 복지 증진에 있는 만큼 무작정 급여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군인공제회의 급여율 변경은 BIS 비율 기준 국내 상위 5개 시중은행의 1년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 변동폭이 10% 이상을 넘을 경우 가능하다. 공제회가 지난 2005년말 회원급여율을 8%에서 7%로 낮춘 이후 시중은행 예금금리 하락폭이 36%에 달해 조건만 보면 급여율 인하가 가능하지만 내부의 공감대 형성에는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이자율 조정에 대한 조건과 필요성은 확보됐지만 16만명에 달하는 회원들이 공감대를 갖게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신문, 방송 매체 등을 통해 회원들에게 이자 조정에 대한 부분을 설명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 결정 과정이 더뎌서 금리 조정에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군인공제회는 이번 급여율 인하 추진으로 자금 운용상의 숨통이 트이길 기대했지만 결국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한편 지난 2월 실시했던 감사원 내 연기금 감사단의 감사 결과 군인공제회의 일부 부동산 사업 시행사 선정 과정의 문제점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의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은 군인공제회의 의사결정 과정이 허술했다는 점도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군인공제회는 자체적으로 전문성을 강화, 금융이사를 외부에서 수혈하는 등 변화를 꾀하려는 모습이다. 또 지난달 10일에는 본부 빛 12개 산하 법인체 및 사업체 전체 인력 12%를 줄이는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2010년 말까지 138명을 감축하는 등 조직 슬림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민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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