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신경전, 김종인 vs 이한구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 인선을 두고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중용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박 당선인의 지난 대권가도에서 김 전 위원장이 지닌 무게감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작년 말 ‘박근혜 비대위’ 출범과 함께 비대위원으로서 새누리당에 합류한 그는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과 대선캠프 행추위원장을 잇달아 지내며 박 당선인의 최대 조력자로 활약했다.무엇보다 박 당선인과의 긴밀한 교감을 통해 당의 경제정책 기조를 경제성장에서 경제민주화로 전환하는데 앞장서면서 ‘박근혜표 경제민주화’를 상징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이러한 ‘화려한 경력’만 놓고 보면 김 전 위원장을 유력 인수위원장 후보로 꼽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경제민주화라는 상징성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또 김 전 위원장의 역할에 대한 논란이 새누리당 안팎에서 일어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할 경제민주화 정책의 방향을 둘러싸고 새누리당 내부에서 힘겨루기가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박 당선인 인수위에서 재벌들의 기존 순환출자 해소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김종인 전 위원장의 입장 표명에 대해 이한구 원내대표 등이 반대 의견을 보이며 맞서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내 경제민주화 추진의 선봉장이기도 한 김 전 위원장이 새 정부에서 중용되느냐 배제되느냐에 따라 박 당선자의 경제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각과 상관없이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김 전 위원장의 거취에 따라 박근혜 정부 초기 권력 다툼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김 전 위원장은 지난 2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기존순환 출자 해소에 대한 변함없는 철학을 밝혔다. 그는 “(기존 출자를 해소하자는)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인수위를 발족하고 국정의 우선순위를 설정할 때 경제민주화도 빠질 수 없는 사안으로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자연적으로 거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 전 위원장은 지난 11월 당시 박근혜 후보가 기존순환 출자 해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자 “실망스럽다”는 견해를 나타낸 적이 있다.이에 대해 이한구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내가 인수위원장을 맡으면 (기존 순환출자 해소 문제를)절대 논의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김 전 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를 쓰는 것보다 ‘공정한 경제’라고 표현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이같은 김 전 위원장과 이 원내대표의 갈등 재연은 대선 기간 중 불거졌던 경제민주화 노선갈등이 새누리당 내부에서 말끔히 정리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김 전 위원장은 이 원내대표와의 갈등으로 수차례 당무를 거부했으며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 등을 박 당선인이 공약으로 수용하지 않자 선대위 활동을 중단했다가 선거 막판 복귀하는 등 갈등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새누리당 관계자는 25일 “궁극적으로 성장과 경제민주화는 같이 가는 것이지만 현재의 경제여건에서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는 전적으로 박 당선인의 판단에 달렸다”면서 “김 전 위원장의 거취를 보면 박 당선인의 의중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인수위원장을 포함한 25명 안팎의 인수위원 명단 발표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나오면서 박 당선인이 ‘김종인 카드’를 놓고 고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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