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전동킥보드 이용이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사고 또한 늘고 있다. 전동킥보드 운전자 대부분이 무보험으로 사고시 예상치 못한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다. 전동킥보드 운전자 보호의 필요성을 고려해 현행 단체보험 성격에서 나아가 전반적인 보험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보험연구원과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2017년 117건에서 지난해 225건으로 92% 증가했다. 인명피해는 2017년 128명에서 지난해 242명으로 늘었지만 보험적용은 2017년 3건, 지난해 46건밖에 되지 않았다.
문제는 전동킥보드 운전자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자비로 전액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고 규모에 따라서 배상책임에 대한 재정적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운전자가 경제적 부담을 지게 돼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피해자가 적절한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전동킥보드 운전자는 신체 전체가 외부에 노출돼 운행하기 때문에 경미한 사고에서도 큰 부상으로 이어진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따르면 퍼스널 모빌리티 사고를 자동차보험사고의 상해등급으로 분석한 결과 중상사고 비율이 10.8%로 자동차 사고의 중상사고비율인 2.46%보다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동킥보드 사고시 의료실비보험이나 개인‧단체상해보험 등을 통해서는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보험약관은 이륜자동차나 원동기장치 자전거를 지속 사용하는 경우 위험변경증가통지 대상으로 정하고 있어 보험 보상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도 차 사고 제외로 전동킥보드는 보상하지 않는다.
전동킥보드 보험이 있지만 개인보험이 아닌 단체보험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판매 보험사는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6곳이다. 현대해상과 메리츠는 특정 제품 구매시에만 보험가입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특정 공유서비스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전동킥보드 운전자를 위한 보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전동킥보드의 보험가입 의무가 제도화돼 있지 않으며, 사고통계, 차량번호 등이 없어 상품 개발 리스크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전동킥보드는 원칙적으로 도로에서만 통행할 수 있지만 인도나 자전거 도로에서도 통행이 되는 등 주행안전 기준이 없어 손해율이 높아 개인보험 출시를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이다.
다만 향후 전동킥보드 시장의 활성화가 예상되는 만큼 개인보험 출시에 관심을 두고는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국내 개인형 이동수단 판매량은 6만5000대, 2017년에는 8만대, 2020년에는 20만대 수준으로 지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보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동킥보드를 자동차로 볼 것인지에 대한 정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동킥보드는 자동차관리법상 이륜자동차로 자동차의 일종에 해당하지만 자동차관리법상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실정이다. 최고속도 25km/h 이하인 경우 사용신고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이륜차를 자동차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자동차로 볼 것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해외의 경우 일본은 전동킥보드도 자배법상 자동차에 해당한다고 보고 전동킥보드 운행자는 자배법상 운행자책임과 보험가입의무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도 원동기를 동력으로 한다는 점을 근거로 전동킥보드를 자동차로 보고 자동차 사고책임 보험에 관한 규정을 전동킥보드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전동킥보드가 법상 이륜자동차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신고 대상에서 제외돼 자동차라고 볼 것인지부터 불분명해 개인보험을 출시하기가 어렵다”며 “전동킥보드 사고가 증가하는 추세여서 개인형 이동수단과 관련한 전반적인 보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