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10개월만 경기부진 표현 삭제했지만 경기회복 불투명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9개월 연속 경기부진 판단을 받아온 한국경제가 새해 들어 일부 지표가 개선되며 ‘부진’ 판정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올해도 전 세계 무역의 둔화가 여전하며 성장률 역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한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에서 탈출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경제동향 1월호’에서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일부 지표가 경기 부진이 완화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며 10개월 만에 ‘경기 부진’ 표현을 삭제했다. 김성태 경제전망실장은 “투자와 제조업은 아직 나아질 가능성이 안 보이지만 소비는 당분간 괜찮은 지표가 나올 수 있을 것 같고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도 낮아진 게 맞다”며 “전반적으로 지표들이 나아질 가능성이 있어 보여 ‘부진’ 표현을 뺐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감소 폭을 축소한 점이 경기 부진 완화의 중요 신호로 꼽힌다. 11월 -14.4%에 달했던 반도체와 대 중국 수출은 12월에 감소세가 -5.2%로 둔화됐다.
하지만 KDI는 건설투자와 제조업이 부진하고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횡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아직 경기 회복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세계 무역이 올해도 둔화될 것이라는 세계은행(WB) 전망이 나와 수출이 기대 수준만큼 회복될 지도 불투명해졌다.
이날 WB는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6월 전망치 2.7%에서 0.2%포인트 낮은 2.5%로 하향조정했다. WB는 “세계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위험이 지배적이며 이 위험의 실현은 성장을 상당히 늦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러한 위험에는 무역긴장과 무역정책 불확실성의 재조명, 주요국들의 예상보다 심한 침체,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의 금융 혼란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WB는 금융위기 가능성도 경고했다. 아이한 코세 WB 개발전망 국장은 “저조한 세계 금리는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정한 보호만 제공한다”며 “과거 부채 축적의 역사를 보면 이런 흐름이 불행한 결말로 이어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취약한 글로벌 환경에서는 현재의 부채 파동과 연관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 개선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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