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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퍼펙트 스톰이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얼마나 확산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에 유가 폭락까지 겹쳤다. 유가는 한계에 다다른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지푸라기 하나가 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폭락을 기록한 직후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통신에 이같이 말했다.
‘퍼펙트 스톰’은 원래 둘 이상의 태풍이 충돌해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을 지니게 되는 기상현상을 의미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동시다발적 악재로 인한 초대형 경제위기를 가리키는 용어로 널리 사용돼 왔다. 12년 전 금융위기 당시에는 달러화 가치 하락과 국제유가·국제곡물가 급등이란 악재가 동시에 발생했다면, 이번엔 코로나19의 본격적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경제활동 위축과 국제유가 하락이란 악재가 겹쳤다.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간·지역 간 이동제한이 늘어나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공급망 붕괴에 따른 광범위한 공급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당장 코로나19의 발원지이자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대표적 생산품인 스마트폰의 2월 출하량이 전년 동월 대비 56.0% 급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시장 정보 업체 캐널리스는 1분기 중국 시장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에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됐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 국가를 중심으로 소비 심리 역시 극도로 위축돼 가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중동 산유국들과 러시아 간 석유전쟁에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세계 주식시장은 더 버티지 못하고 급락하고 말았다. 1929년 대공황, 1987년 뉴욕 증시 대폭락, 2008년의 리먼 브러더스 파산 당시 ‘블랙먼데이’를 연상시키는 대폭락이다.
이에 따라 향후 경제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속출하고 있다. 이날 영국 경제 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0%로 낮추고 “중국 내 기업활동의 원상 복귀가 예상보다 느리고 코로나19 확산 여파는 광범위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또 “유가가 하락하면 에너지 관련 투자가 줄면서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