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에 퍼지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의 기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캠페인도 유행이다.
최근 코로나19의 공포 때문인지,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때문인지 사람과의 접촉이 부쩍 줄어들고 있다. 필자도 최근 한 달 동안 12건의 점심 약속을 취소해야 했다.
저녁이나 주말에는 더욱 한가로운 모습이다. 저녁과 주말 식당가는 코로나19가 퍼진 이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대부분 한산하지만 의외로 빈 자리가 없는 식당의 모습도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강제성이 없는 만큼 이는 어디까지나 자발적 행동에서 비롯된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확진 환자의 동선에 민감하고, 이기적 행동을 보인 이에 분노한다. 남다른 감염속도를 보이는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겹쳐 나와 다른 행동을 보인 이들에게 적대적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정상적인 현대 사회인은 누구나 사회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실 현대사회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은 운동이다. 특히 정으로 대변되는 한국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또한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경제 활동 체제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곧 소상공인들과 경제 활동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 속도와 치료 방법이 없는 현실을 돌아볼 때 사회적 거리두기 외 발병을 막을 뾰족한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캠페인을 사회적 배려하기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가 전염병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요즘 사회적 성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자신과 다른 행동과 생각을 보인 이들을 혐오하는 풍토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종교집단에 대한 혐오가 그렇다. 특정 종교집단은 한 개인과 사상과 집단을 달리하는 대표적 사례다. 신천지에 대한 감정은 신천지에 소속되지 않은 이상 대부분 비슷하리라 생각하지만, 이제는 다른 종교집단까지 비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종교집단이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만큼 이들에 대한 우려는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신천지라는 종교가 거짓을 일삼으며 한 지역 전체를 마비시켰기에 종교집단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종교인의 경우 코로나19의 위험보다 종교의식과 교리를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남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 이러한 이기주의는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학이 연기된 대학생들로 분비는 부비부비 클럽이나 이런 시국에는 사람이 없겠지 하고 찾아간 롯데월드에 사람이 오히려 많다거나 하는 소식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전염병이 혐오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혐오해서는 안 된다. 교회든 장사를 하는 이들이든 모두 생존이 걸린 것은 똑같다. 교회를 폐쇄해야 한다면 어쩌면 사람이 모이는 사업장도 폐쇄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과 혐오가 아닌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다. 교회를 찾는 대신 집에서 가족 예배를 드리고, 밖에서 돌아다니고 싶어도 잠시멈춤으로 숨을 고르는 것이 자신만이 아닌 타인을 배려하는 행위라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비난과 혐오가 넘치는 현 시국에서 서로를 더욱 멀어지게 하는 말인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행동이지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야말로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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