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정부가 20일 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를 통해 공공 일자리 55만여 개 창출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했다. 예상대로 대부분 5~6개월 한시의 단기 알바 수준이었다. 일부 일자리는 ‘디지털 일자리’라는 명칭이 붙었지만 단순 수작업에 불과했다.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디지털 시대의 단순 알바인 셈이다.
▮결과물 컴퓨터 입력 작업 등 10만개
디지털 일자리 10만개는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새롭게 마련한 일자리다. 비대면·디지털 일자리라고 부르는 것도 그래서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대학·초중고 온라인 강의‧교육 지원 △전통시장 마케팅 콘텐츠 조성 △산업재해 예방 정책을 위한 안전보건 빅데이터 구축 △대학·연구기관이 취급하는 유해물질 전수조사와 데이터베이스(DB) 구축 △관광지·공연장·의료기관 방역 등이다.
주당 15~40시간 6개월 임시직으로 대부분 이미 나와 있는 결과물을 컴퓨터에 단순 입력하는 작업들이다. 6월 공고를 거쳐 7월 시행될 예정으로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데 1조원 가량 들어간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비대면·디지털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일시적 효과에 그치지 않도록 한국판 뉴딜과 연계해 지속 가능한 일자리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생활방역 지원 등 중복사업 곳곳에
55만여 개 중 30만개는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 일자리다. △교통시설·어린이집·경로당·보건소 등 생활방역 지원 △농어가 일손돕기 △공원‧체육시설 환경 개선 △산불 예방 작업 지원 등으로 주당 15~30시간씩 5개월 한시직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계속돼 온 노인 일자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저소득층, 실직자, 휴·폐업자 등이 대상이며 총 1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30만개 일자리 가운데는 디지털 일자리와 중복되는 것도 상당수다. 생활방역 지원사업의 경우 취약계층 공공 일자리가 7만8200명인데,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지원 분야에서도 1만명이 넘는 인원이 포함돼 있다. 또 재해예방과 정화 활동 등도 곳곳에서 중복되고 있다.
▮미취업 청년 일자리 사업은 일부 미확정
나머지는 15만개 청년 일자리다.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이 IT 분야에 미취업 청년을 채용하면 인건비를 최장 6개월 동안 1인당 월 180만원까지 지원하는 등 디지털 분야에서 5만명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했지만 상세한 사업내용을 모두 확정하지 못했다. 신규채용 중단으로 취업기회를 얻지 못한 청년들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취지의 일자리 5만개 역시 기업에 최대 6개월간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당 분야는 관광과 호텔, 출판물 등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위해 5만개의 채용 장려금이 채용 기업에 지급된다. 최장 6개월로 1인당 월 100만원까지 지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