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25일 이른바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를 진화하겠다며 해명에 나섰다가 되레 타오르는 민심에 기름을 붓는 발언으로 사태를 키우고 말았다. 공정한 사회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두고 '취업이 어려워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는 인식을 내보인 것. 한 마디로 현재의 사태는 미생(未生)들의 과민반응에 불과하다는 인식이다.
▮"공정사회 위한 중대사안" 인식과 딴판
황 수석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정규직 전환) 직종은 기존 비정규직 보안검색원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어서 현재 공사에 취업준비를 하는 분들의 일자리와는 관련이 없다"며 "취업준비생 분들께서 여러 가지 취업 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조금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의 생명·안전과 관련된 일자리라면 정규직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고 처우에 있어서도 공정성을 담보하는 것이 좋겠다는 게 정부의 기본적 방향"이라며 "채용 과정 공정성과 다른 측면에서 노동시장에서 공정성을 지향하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이는 '취업이 어려워서'가 아닌 '공정의 가치를 존중받지 못했기 때문'에 청년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는 일반적인 지적과는 전혀 다른 인식이다. 앞서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국공의 정규직 전환이 공정하지도 평등하지도 않다'는 글이 올라왔고 이는 하루 만에 20만명의 동의를 얻은 바 있다. 인국공 장기호 노조위원장도 이날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이 문제는 정규직 전환 과정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었냐는 것"이라며 "취업준비생을 포함해 모든 국민에게 대한민국이 어떻게 공정사회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봤다.
▮靑 "2017년 말 합의" vs 노조 "올 2월 합의"
인국공 사태를 두고는 인식 차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청와대 측과 인국공 노조 측은 사실관계에서도 주장이 어긋난다. 우선 '과거에 이미 합의된 사항'이라는 부분을 놓고 황 수석의 입장과 노조의 입장은 대치된다. 황 수석은 이날 "이번에 발표된 보안검색원 정규직 전환은 2017년 12월에 이미 직접고용 대상으로 노사와 전문가 사이에 합의된 것"이라며 "마무리 단계에 들어와 어떤 방식으로 직접고용할 것이냐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 위원장은 올해 초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그는 "(비정규직 전환을 놓고) 2년 반에 걸쳐 올해 2월 27일 비정규직 양대 노총인 한국노총·민주노총과 정규직 모두 (보안검색원을) 자회사에 편제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靑 "별도 임금체계" vs 노조 "서울지하철 봐라"
비정규직 보안검색요원 1902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별도의 임금체계'를 받는지 여부를 두고도 양측의 주장은 다른다. 황 수석은 "이분들의 임금이 곧바로 올라가는 게 아니고 단계적으로 합의에 따라 올라갈 것"이라며 "(현재) 정규직과는 직군이 달라 별도의 임금체계 하에서 운영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곳(공기업)들도 다 같은 방식"이라고 했다. 반면 장 위원장은 "서울교통공사의 사례를 보면 1285명에 대해서 정규직 전환을 완료하고 별도 직렬을 신설했는데, 현재는 임금 테이블과 직급 테이블, 진급 과정의 동일화를 주장하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이런 부분에 있어서 우려를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