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달만에 1300p 치솟은 반전레이스...'큰손'으로 돌아온 外人의 힘
백신·약달러·유동성 호재의 연속...확진자 급증 속 "과열이다" 신중론도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파죽지세다. 코스피가 2700을 넘어섰다. 지난 4일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35.23포인트(1.31%)오른 2731.45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가 2700을 넘겨 마감한 건 사상 처음이다.
이날 기록으로 코스피는 나흘 연속 마감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1월 초 2330선을 넘지 못했던 코스피는 이후 초고속으로 오르며 2600선을 돌파했고, 다시 열흘만에 2700선을 가볍게 넘어섰다.
코스피가 급등하자 일각에선 "연내 300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의견과 "과열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단 증권사들은 대체적으로 장밋빛 전망 일색이다.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신증권과 흥국증권은 코스피 3000선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치를 제시했고 다른 증권사들도 2800~2900선대를 예측하고 있다.
시간을 돌이켜보면 코스피의 이같은 상승은 '기적같은 레이스'다. 코로나19 쇼크로 지난 3월 1400선까지 폭락했다가 풍부한 유동성과 경기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약 9개월 만에 1300포인트 가까이 치솟는 극적 반전을 이뤄냈다.
최근 증시 상승세는 외국인의 힘이 절대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부터 지난 4일까지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6조5000억원에 달한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반영된 결과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빨라지면서, 세계경제 정상화에 대한 희망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되면 신흥국 중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의 기업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외국인을 국내 주식으로 유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1월 들어 본격화된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 상용화 기대감이 주요국 증시의 신고가 행진을 주도하는 주요 재료"라며 "다만 시장은 점차 실물경제 현실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원화 강세도 외국인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4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9원이나 내려 달러당 1,082.1원까지 떨어졌다. 자국 통화를 원화로 바꿔 투자하는 외국인들로선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통상 원화 강세는 한국 주식 투자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최근 급물살을 탄 미국의 경기 부양책 논의 역시 위험자산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제로금리 시대 이후 등장한 '유동성'의 힘도 증시를 밀어 올렸다. 막대하게 풀린 돈이 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해 주식시장으로 밀려들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통하는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지난 3일 기준 60조원에 달한다. 올해 초(약 30조원)의 두 배에 이른다.
증권업계에선 당분간 이 같은 ‘불장’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한다. 일부 증권사들도 내년 코스피 전망치로 3000을 제시하고 있다. 흥국증권은 지난 달 말 증시전망 보고서에서 2021년 코스피 목표지수를 3000으로 제시했다. 내년 기업 실적 전망이 밝은데다 달러 약세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각에선 고평가 우려가 나오지만, 연이은 신고점 돌파의 동력은 펀더멘털이 아닌 (유동성)수급”이라며 “백신 호재로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센터장은 “내년 1분기까지 이 같은 상승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조정이 오더라도 하락추세 진입이 아닌 상승과정에서의 조정일 것”이라며 “3000까지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매수 타이밍”이라고 평가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코로나로 위축됐던 글로벌 교역이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가파른 원화 강세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대신증권은 최근 내년 코스피가 3,080까지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속에 체감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경계심도 만만찮다. 자산과 실물경제 간 괴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데 대한 경고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이 9월보다 0.9% 줄어드는 등 실물경제 부진 우려는 커지고 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가파른 코로나 확산세는 실물경기 위축 요소다.
케이프투자증권은 "현재 코스피 고점을 만든 재료들이 상당부분 소진되어가고 있다. 예상보다 2700선에 바르게 도달해 주식시장의 부담감이 점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와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면 일시적으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설 수 있고 그럴경우 당분간 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