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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재영 기자] 선거가 기업을 피로하게 만든다. 코로나도 힘든데 선거철 난무하는 정치권 입법다툼이 말썽이다. 협력이익공유제가 그 중 하나다. 손실보상제, 사회연대기금과 함께 ‘상생 3법’으로 묶였다. 잘 만든 브랜드처럼 ‘3법’을 내건 정치권만 마케팅에 재미가 들린 듯하다. 재보선을 앞뒀으니 그와 자꾸 연결돼 보이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정치권이 3법에 들뜬 사이 기업은 피로감이 만연하다. 하나도 아니고 3개나 밀어붙이니 말이다. 애초 3개는 하나로 불충분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하나로 안 되니 다른 법을 덧붙여서 누더기가 되는 꼴이다. 누더기 옷은 잠깐 쓰고 버려지게 마련이다.
여당 대표가 이 화두를 던졌을 때 이익공유제는 만능처럼 보였다. 코로나로 돈을 많이 번 기업이 나눔을 통해 피해 분야를 지원한다는 구상이었다. 얼핏 기부금, 광범위한 사회 환원과 의미가 가깝다. 그래서 허황된 얘기라는 비판도 일었다. 막상 법을 뜯어보면 기업간 범주에 국한된다. 코로나로 피해를 많이 본 자영업은 법의 영역 밖이다.
그래서 사회연대기금이 등장했다. 이 법안은 아직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개인보다는 기업이 돈을 내는 방향이 될 듯 보인다. 그래야 실효성이 있다. 그래서인지 기업들은 이익공유뿐만 아니라 사회연대기금에도 겁을 낸다.
애초 정부여당이 추구하려던 것은 손실보상제인 듯하다. 자영업 구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법은 국가부채가 커질 우려가 크다. 따라서 협력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기금에 힘이 실린다. 3법을 묶은 구상대로면 국가부채를 기업이 메꾸게 되는 것이다. 재주는 곰이 넘는다는 말이 어울린다.
이런 부분이 논란이 되자 정부여당은 부랴부랴 자발성이 전제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면 또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이익공유제 법안을 예로 들면, 입찰제한 등 사실상 기업에 압력을 가할 수단이 눈에 띈다. 정부여당이 진정 자발성을 보장하겠다면 법안 처리 과정에서 이 부분을 빼는 게 맞다. 그런데 그러면 기존 성과공유제와 크게 다를 게 없어진다. 이도 저도 아닌 게 된다.
정부가 내세우는 이익공유 인센티브는 법안에서 구체적이지 않다. 사실상 입찰 혜택이 그나마 기업으로선 구미가 당길 요소다. 그러니 더욱 이 조항을 뺄 수는 없다. 법안에서 알맹이가 빠지는 격이다.
이익공유제는 코로나 대책으로 제기됐지만 그 연계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여당대표 말을 풀어보면, 이익공유제의 타깃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코로나 상황에서 돈을 많이 번 플랫폼 기업이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들 플랫폼 기업은 공기업에 입찰할 일이 드물다. 정작 건설업처럼 입찰이 중요한 기업들은 코로나에 피해가 컸지 득을 봤다고 보긴 어렵다.
인센티브를 따지자면, 굳이 이익공유제를 새로 입법할 필요도 없다. 이미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가 시행되고 있어서다. 이 제도는 현 정부가 기존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바꿔 세제지원대상에 ‘상생협력출연금’ 항목을 포함시킨 것이다. 지금 이익공유제로 부과하려는 인센티브와 성격이 비슷하다. 따라서 자발성만이라면 굳이 법을 더 만들 필요가 없다. 기존 법의 실효가 부족했다면 그 법만 개정하면 된다.
결국 실효성을 챙기자면 강제성을 뺄 수 없다. 정부여당이 이제와 법안의 강제성을 부정할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얘기도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괜히 이곳저곳 들쑤신 꼴만 됐다. 물론 목적이 홍보에 있었다면 얘기는 다르다. 정책 실효성을 떠나서는 그저 그런 포퓰리즘이란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