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언 회고록서 김영삼 설득 드러나
박철언 전의원의 회고록이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키는 가운데 롯데그룹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신격호 회장이 지난 90년 민정-민주-공화의 3당합당에서 사실상 ·배후인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최근 드러난 안기부 x파일에서 삼성그룹이 집중적인 비판의 표적이 되고, 두산그룹은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으로 만신창이가 돼 가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정치권과 롯데의 유착이라는 또다른 단면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특히 3당합당이라는 정계개편에 신회장이 상당히 개입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향후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1일 공개된 박철언 전 의원의 회고록에서 3당합당이 성사되기까지 신격호 롯데회장이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가 쓴 회고록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에 따르면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신 회장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몇차례 만나 김영삼씨에게 3당 합당을 권유해 주도록 권유했고, 그 결과 YS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박씨에게 “신격호 회장과 YS는 오래 전부터 가까운 사이다. 자금 지원도 상당히 해주고 있는 듯하고 깊은 대화를 나눈다”며 신회장을 만나라고 지시했다는 것. 신격호 회장은 또 정계개편에 대한 소신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박씨에게 “앞으로 내각제 개헌을 통해 YS가 수상, JP는 대통령을 하고 그 다음에는 민정당에서 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회고록은 전한다. 그 이후의 과정은 그의 말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결국 신회장과 친분이 깊은 김영삼씨는 대권까지 거머쥐는데 성공했다. 롯데그룹에서는 신회장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친분에 대해 “고향이 같은 경남 지역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장병수 롯데그룹 홍보담당 상무는 “박 전의원의 회고록에는 사실관계가 충분히 드러나 있지 않아 무어라 말하기 어렵지만, 특별한 역할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그렇지만 신격호 회장의 롯데그룹은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19억8000만원의 불법 선거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 따가운 시선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대선자금 수사 결과 신동인 롯데호텔 경영관리본부 사장과 임승남 롯데건설 사장은 불구속 기소됐지만, 신 회장은 수사 한번 받지 않고 무사히 넘겼다. 신 회장은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중일 때인 2003년 10월부터 2004년 8월까지 일본에 머물러 있다가 수사가 일단락 된 후 귀국했다. 2002년 대선자금 수사에서는 삼성그룹도 이건희 회장은 수사선상에서 빠지고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만 기소됐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안기부 X파일 결과 1997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이건희 회장도 불법 대선자금 제공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나 고발까지 당했다. 이렇듯 재벌과 정치의 비밀스런 관계는 과거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치부였으며 새로운 사실이 공개될 때마다 관련 재벌은 물론이고 재계 전체가 큰 홍역을 치렀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도 지난번 2002년 대선자금 수사에서 빠져나가기는 했지만, 뜻하지 않게 박철언 회고록으로 숨기고 싶은 과거의 일단이 드러난 셈이다. 열린우리당에서는 벌써 당시 3당합당에 관해 다시 진실을 밝히라고 한나라당에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롯데그룹은 이번 회고록의 파장이 미치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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