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오는 10일이면 취임 5년차가 되는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 ‘반(反)기업’ 정책을 핵심 경제 정책 중 하나로 추진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10대 공약 중 하나로 ‘반부패·재벌개혁’을 내걸고 취임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노총과 선거연대를 맺으며 여당으로서 뒤를 받쳤다. ‘반기업·친노조’ 정책은 현 정권의 핵심 철학으로 작용했다.
청와대는 작년부터 코로나19로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최근 재계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수사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청와대에서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혁신을 제약하는 과도한 규제를 풀고, 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도 더욱 효과적으로 개선해달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일 청와대 참모회의에서는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 당국이나 청와대 비서실장·정책실장이 기업인들을 만나 고충을 듣고 기업활동을 뒷받침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재계는 말만 있을 뿐 뒤따르는 정책 변화가 전무하다며 혀를 내두른다.
실제로 지난해 말 무려 30여개에 이르는 경제단체와 업종별 단체들은 관계부처와 국회 등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재고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국회는 지난 1월 8일 본회의를 열고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경제단체들은 이후 급하게 만든 중대재해법에 모호한 법 규정이 많다면서 시행령에서라도 이를 반영해 줄 것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정부부처에 제출했지만 수용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밖에도 경제단체들은 상법·공정거래법 등 기업규제 3법과 노동법안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에 대해서도 경제계의 의견을 조금이라도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사실상 묵살당했다.
정부가 전면에서는 4차 산업혁명, 한국형 뉴딜, 반도체·배터리 등을 강조하면서 기업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정작 규제 일변도의 기업 정책에는 변화가 없는 이중적인 모습을 계속 보이자 재계에서는 실망을 넘어 자조적인 반응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반기업 정책 일변도로 나가는 근거가 결국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기업 정서를 바탕으로 진행된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3월 민간기업 109곳을 대상으로 한 ‘반기업 정서 기업 인식조사’에서는 기업 93.6%가 반기업 정서가 ‘존재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규제 일변도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