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경영참가법안’, ‘IT분야 단체교섭·단체소송권 부여 법안’ 등 줄이어
상법·공정거래법·노조법 개정안 이어 중대재해처벌법까지 거대 여당의 ‘불도저’식 통과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기업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인들과의 소통을 강조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기업 규제 법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과된 상법, 공정거래법, 노조법 개정안과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까지 통과되면서 경영인들이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도 민주당의 반기업 기조는 변함이 없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지난달 20일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에 ‘노사공동위원회’를 설치해 노사가 함께 의사 결정을 하도록 하는 내용의 ‘근로자대표제 및 경영 참가에 관한 법’을 발의했다. 지난해 10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근로자대표제 개선에 대해 합의한 사항을 제정법으로 만든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대상 사업장 등은 처음 규정했다.
근로자경영참가법안은 기업에서 기존 노동조합과 협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사내 노사공동위와 함께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국내 기업 대부분이 경영권에 심대한 침해를 받게 될 것으로 우려를 낳고 있다. 해당 법안은 독일의 ‘종업원경영참가제’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의 경우 노조가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코포라티즘(corporatism·협동조합주의)’에 기반한 선진적인 사회 문화가 구축된 전제 하에 해당 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는 반면, 국내 노동계가 과연 그만큼 선진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많다. 근로자의 복지 향상 등을 위한 본 취지와 달리 경영권 침해 부작용을 야기할 우려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같은 근로자경영참가법은 노조가 구성되지 않은 사업장의 사업주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때도 가게 주인들이 호소한 것은 직원들이 근로감독청에 신고해 범법자가 되는 상황이었다”며 “사업주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의 반기업 법안 마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0일 온라인 플랫폼 가맹점에 단체교섭·단체소송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안을 발의했다. 플랫폼 계약의 자유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기업 규제를 목적으로 IT 현실에도 맞지 않는 규제 방안이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지난달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이른바 ‘상생협력법’을 통과시켰다.
상생협력법의 본래 취지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한 것이지만, 원고가 피고의 유죄를 입증해 죄를 적용하는 일반적인 소송과 달리 대기업이 기술을 탈취하지 않았다는 각종 증명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여당이 재계와 여론의 비판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기업 규제 법안 발굴에 몰두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여당 정치인들의 정치 생명과 연관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청와대마저 서울시장 선거 참패 이후 재계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고, 관계 부처에 규제 완화를 주문했지만 문 대통령이 집권 말년차로 들어서면서 여당과 보조가 맞지 않는 대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치적 선명성을 강조하면서 진보 지지층을 집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말부터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지배구조를 위협하는 상법, 공정거래법, 노조법 개정안을 잇달아 통과시키며 반기업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국회통과를 두고 재계 반발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중대재해법이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하자 “참담함과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허탈감을 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