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문재인 정부가 31일 국무회의에서 총 604조4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임기 마지막해인 내년도 예산안에서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예산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각각 31조3000억원과 27조5000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됐다. 또 청년대책에도 23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하기로 했다. 코로나 사태 극복의 성격을 넘어 내년 초 대선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공공일자리 105만개 중 노인 84.5만개
일자리 예산의 경우 내년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211만명의 고용을 지원하기 위해 31조3000억원을 투입한다. 이는 올해 본예산에 편성된 일자리 예산(30조1000억원)보다 1조2000억원 증액된 것으로 2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게 됐다.
하지만 내년에도 실질적인 일자리 증대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산으로 만드는 공공부문 105만개 일자리는 정부와 지자체가 제공하는 한시적 일자리로 대부분을 노인 일자리(84만5000개)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민간부문 일자리 예산은 106만명에 대한 고용장려금과 직업훈련 지원금 등이라 실제 고용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세금으로 일자리 숫자 늘리기에 급급하다 임기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기부양용 SOC 예산 안 된다더니
SOC 예산은 올해 예산안과 비교했을 때 3.8%가량 늘어난 27조5000억원으로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늘어난 예산은 주로 광역교통망 확충과 SOC 고도화·첨단화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경기 부양을 위해 SOC 예산을 늘리는 과거 보수정권의 방식을 비판해왔고, 예산을 늘리더라도 ‘생활형 SOC’라는 이름을 붙여 차별화를 해왔다. 하지만 임기 마지막에 역대 최대 SOC 예산을 편성한 것.
정부가 예산을 투입할 SOC 사업들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같은 굵직한 것들이 많다. 정부는 내년 수도권 GTX A·B·C 노선을 본격 추진하고, 광역 간선급행버스(BRT)와 환승센터 중심 대중교통 연계체계 구축에도 나선다. 또 고속철도 선로용량 확보와 수혜지역 확대를 위해 평택∼오송 2복선화,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 등 고속철도 투자도 확충한다.
▮청년에 23.5조 투입...대부분 현금지원
일자리와 SOC 사업에 더해 정부는 청년들의 일자리·주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3조5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3조3000억원이었던 예산에서 무려 20조원이 넘게 증액됐다. 이를 두고 내년 대선을 겨냥한 예산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 4.7 재보선에서 2030 표심의 이반으로 여당이 참패하면서 내년 대선도 청년표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청년 예산 대부분이 근본적인 청년 문제 해결보다는 당장 표심을 얻을 수 있는 현금 지급 성격이란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는 일정 소득 기준을 충족하는 청년에게 월 20만원씩 최대 12개월간 월세를 지원해주고 월 20만원 한도의 월세 무이자대출도 실시할 예정이다. 또 대학생의 경우 100만명 이상이 반값등록금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장학금 지원 단가를 인상한다.
정부는 이에 더해 연소득 2400만원 이하 저소득 청년에게 월 10만원 저축액에 정부가 1~3배의 지원금을 보태주어 3년 후 최대 1440만원의 목돈을 쥘 수 있게 해주고, 군 장병에게도 정부가 일정 금액을 매칭 지원해 최대 1000만원을 손에 쥐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에 1.8조 투입
한편 정부는 코로나 극복과 직접 관련된 예산으로 소상공인 손실보상 예산 1조8000억원, 집합금지·영업제한 업종의 저신용 소상공인 등에게 공급할 긴급자금 예산 1조4000억원 등을 편성했다. 이밖에 문재인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국가전략으로 채택한 한국판 뉴딜 사업을 위해 33조7000억원을 편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