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내년 사상 처음으로 본예산 600조원 시대가 열린다. 또 사상 처음으로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 국가채무비율 50% 시대도 함께 열린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마지막해인 내년까지 3년 연속 적자예산을 편성한 결과다.
정부는 3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604조4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는 올해 본예산(558조원)보다 8.3% 증가한 것으로,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올해 전체 예산에 맞먹는 규모다.
임기 마지막해인 내년도 예산안에서 문재인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일자리 예산(31조3000억원)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27조5000억원)을 편성했다. 일자리 예산은 노인 일자리 84만5000개를 포함해 공공 일자리 105만개를 만들고, 민간 부문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SOC 예산은 주로 광역교통망 확충과 SOC 고도화·첨단화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정부는 또 청년대책에도 23조원이 넘는 돈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코로나 사태 극복의 성격을 넘어 내년 초 대선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정기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안 규모에 큰 변화가 없다면 문재인 정부 들어 본예산 증가율은 2019년부터 임기 마지막해인 2022년까지 4년 연속 8∼9%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특히 2020년부터는 3년째 이례적 적자재정을 이어가게 된다. 내년도 예산안의 경우 적자폭은 55조원을 넘는다.
현재 국가채무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965조3000억원까지 증가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7.3%까지 상승했다. 내년도 예산안이 현실화될 경우, 내년 국가채무는 1068조3000억원, 국가채무비율은 50.2%에 이를 전망이다. 이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는 다음 정부 책임으로 미뤄졌다. 문재인 정부는 다음 정부 임기인 2023년부터 예산증가율을 4∼5%대로 제한해 2021∼2025년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을 5.5%에서 방어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완전한 회복과 강한 경제를 위해 내년도 예산도 확장적으로 편성했다”며 “지난해와 올해 확장적 재정 정책의 효과를 실감했다. 확장적 재정 정책은 위기의 시기에 경제 회복과 세수 증대, 재정 건전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또 “적극적 재정 투자가 경제 회복 속도를 높여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그에 따른 세수 증대로 재정수지 적자 폭이 축소되고 국가채무비율 증가 속도가 둔화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