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장애인시설 관리·감독 기관인 경기 안양시가 시설내 지적장애인 상습 폭행·학대 제보를 받고도 수차례나 묵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안양시의 뒤늦은 대처로 해당 시설은 최초 사건 제보일로부터 5개월이나 지나서야 처분을 받게 됐다.

12일 국가인권위원회와 안양시 등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적장애인들을 수년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한 혐의로 안양시의 한 장애인복지시설 요양보호사 A씨 등 2명을 지난 9일 검찰에 고발했다.

인권위는 또 시설비를 횡령한 혐의로 시설장 B씨를 검찰에 고발하고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안양시장에게 이 시설 폐쇄를 권고했다.

인권위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 5월10일 사건을 접수받고 조사에 나선지 3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해당 장애인시설에 배치된 한 공익요원의 제보가 결정적이었다. 공익요원은 폭행 장면이 담긴 휴대전화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이 공익요원은 인권위 접수 2개월여 전인 3월 중순께 이미 안양시청에 제보했지만 시는 번번이 묵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공익요원은 3월18일 해당 시설로 배치 받고 시설종사자들이 지적장애인들을 상습 폭행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장애인을 때리는 직원이나 이를 보고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다른 직원들의 모습에 당황했다.다음날 시청을 찾아 이 사실을 알렸지만 시 관계자 역시 "증거 있느냐"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이 공익요원은 폭행 사실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촬영해 이틀 뒤 동료 공익요원 1명과 함께 시 관계자를 다시 찾아갔다. 동영상을 보여주며 "증거 가지고 왔다"고 했다.하지만 시 관계자는 이번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근무지 바꿔달라는 것 아니냐"며 제보를 묵살했다.

이같이 수차례에 걸친 결정적인 제보 묵살로 시와 해당 시설의 유착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공익요원이 증거로 제시한 동영상은 건장한 체격의 요양보호사 A씨가 4층 식당 식탁에 앉아 바닥에 앉은 장애인의 얼굴을 8차례 힘껏 때리는 18초짜리와 식사 시간에 한 장애인을 구석에 몰아넣고 괴롭히는 33초짜리 2개 였다.

공익요원은 "A씨는 장애인이 기침 한다고 때리고, 밥 빨리 먹으라고 때리고, 밥알 흘렸다고 때리고, 기분 나쁘다고 때렸다. A씨는 군기반장 노릇을 했다"며 "장애인들을 3층 독방에 2~3일씩 가둔채 몽둥이로 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공익요원은 이후에도 이 관계자에게 전화하거나 찾아가 장애인 폭행 사실을 제보했지만,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 제보한 공익요원만 4월17일자로 다른 장애인시설로 옮겨졌다.공익요원은 장애인 폭행 사실을 방치할 수 없어 4월29일 병무청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또 같은날 시청 사회복지 부서에도 다시 제보해 인권위 조사가 이뤄지도록 했다.공익요원은 병무청에 이메일을 보내 '(시청 직원이)다른쪽으로 옮겨 줄테니 일 커지게 하지 말고 이동이나 하란식으로만 말했습니다.근무지이동을 기다리는 동안 장애인들은 계속 폭행을 당했고 기관(시청)은 그냥 방관하였습니다. 주먹으로 심지어 각목으로 때리는 것도 직접 목격했습니다'고 했다.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익요원에게 장애인 폭행 제보를 받은 적이 없다. 동영상은 처음 듣는 얘기"라며 "공익요원은 적응이 힘들다고 근무지를 바꿔달라고만 했다"고 부인했다.공익요원은 "동영상은 시청 직원이 증거 있느냐고 해서 촬영하게 된 것"이라며 "단순히 몸이 아파 근무지 이전을 요구한 것이라면 같은 장애인 시설이고, 오히려 힘쓰는 일이 더 많은 곳으로 옮길 이유가 있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