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해외명품도 ‘떨이’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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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해외명품도 ‘떨이’ 신세
  • 권희진 기자
  • 승인 2013.08.1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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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90%까지…1000억원어치 재고처리 ‘전쟁’
▲ 지난 8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열린 해외명품대전을 찾은 손님들이 가방을 고르고 있다. 90여개 브랜드가 이월상품을 40~7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이번 행사는 11일까지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경기 불황 장기화로 ‘명품불패’의 신화가 깨지고 있다. 노 세일(할인판매) 정책을 고수하던 해외 브랜드까지 이른바 ‘떨이’ 신세로 전락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는 이번에 약 1000억원 규모의 ‘해외명품대전’을 열고 일제히 명품 할인 판매에 들어갔다.

명품 브랜드들은 고급스러운 이미지 관리를 이유로 할인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이 관행이었지만, 불황에 명품 매출도 타격을 입자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롯데백화점은 노세일 브랜드인 발렌시아가, 셀린느, 고야드, 발리 등 90여개 브랜드를 최대 90%까지 할인 판매했다. 총 400억원 수준의 물량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백화점 관계자는 “대게 40~70% 정도 할인했지만, 일부 품목에 한해서는 최대 90%까지 가격을 내려 아웃렛이나 온라인 몰보다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본점과 센텀시티점에서 디젤, 돌체앤가바나, 알렉산더왕, 비비안웨스트우드 등 총 50여개 브랜드를 최대 7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도 19~21일 압구정본점에서, 22~25일에는 무역센터점에서 멀버리, 에트로, 발렌티노 등 총 70여 개 브랜드를 선보인다. 특히 무역센터점에서는 평소 행사장에서 볼 수 없던 고가의 브랜드인 랑방과 끌로에도 내놓는다.

신세계 인터내셔날은 올해 백화점 3사의 할인대전에 불참한 대신 아웃렛이나 자체 행사를 통해 시즌이 지난 상품들을 판매할 계획이다.

백화점 할인 정책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던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대규모 할인행사에 줄줄이 동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콧대 높던 명품들도 경기침체 앞에서는 부진한 실적을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버버리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5.3% 감소한 매출 2281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38.8% 줄어든 210억원을 기록했다. 구찌, 페라가모 등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수익이 갈수록 악화되자 루이비통, 버버리, 발리, MCM 등 일부 브랜드는 국내 백화점에서 매장을 철수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기까지 했다.

특히 루이비통의 경우 지난해부터 국내 매출이 두 자릿수 까지 감소한 것은 물론 지난해 국내 매출성장률이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 굴욕을 안겼다.

방배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과거에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로고가 큼직하게 새겨진 명품제품을 선호했다면 요즘은 개인의 취향이나 개성을 중요시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오히려 로고가 두드러진 명품은 고가이기 전에 촌스러워서 지갑을 더 열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A씨는 또 “요즘은 구매대행사이트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대의 수입 브랜드들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어 오히려 한정된 고급 브랜드보다 선택의 폭도 다양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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