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채 상황서 금리인상發 성장률 충격 두 배로
금리 올려도 부채 억제 효과 미미...회의론 제기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민간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는 금리를 올려도 부채 증가세를 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경제성장률 하락 폭을 키울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이 4일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발표한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 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기준금리가 25bp(0.25%포인트) 인상되면 저부채 국면에선 3분기(9개월)에 걸쳐 경제성장률이 0.08%포인트 하락하지만 현재의 고부채 국면에서는 성장률이 최대 0.1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락폭이 약 두 배로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고부채 상황이란 성장률보다 민간부채(가계 및 기업부채)가 더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천소라 연구위원은 “지금은 고부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올해 2분기 민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18.2%를 기록했다. 또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11.6%, 8.1% 늘었다. 이에 한국은행은 부채 억제를 위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했고, 연내 추가 인상도 고려 중이다.
하지만 KDI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채 억제 효과는 단기간 미미하다고 봤다. 천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부채 증가의 하락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민간부채 증가는) 자산 수익률에 대한 기대 등 금리 이외의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데 이 경우 금리 인상만으로는 부채 증가세를 단기간에 억제하기는 어려울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천 연구위원은 이어 “금리 인상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일부 완화할 가능성도 존재하나 이와 동시에 경기 회복을 저해할 수 있음을 고려해 통화정책 정상화의 속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아직 우리 경제가 견고한 회복 단계에 접어들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이 경기에 미칠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에서 경제주체별로 불균등한 충격을 받은바 금리 인상이 취약계층의 채무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국내외 금리상승 압력이 확대되면서 부채상환 부담도 가중될 수 있는 만큼, 그간 빠르게 증가해 온 가계부채 관련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년 및 내년 가계부채 총량 관리 △DSR제도 보완 등을 통한 상환능력 기반 대출관행 정착 등 계획한 조치들의 이행상황을 점검하면서 선제적 위험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저소득층·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금리 상승과 부채관리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담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세심히 살피겠다며 서민·취약계층을 위한 중금리대출과 정책서민금융 상품을 금년 중 약 42조원 규모로 공급하고 내년에도 지원규모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