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알바…‘문경 질식사’ 사건 책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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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알바…‘문경 질식사’ 사건 책임은?
  • 이선율 기자
  • 승인 2013.08.2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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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공사, 하도급업체 직접 작업지시하고도 책임 회피
▲ 장하나 민주당 의원(왼쪽 끝)과 청년유니온, 알바노조, 노동건강연대 대표들이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발주처의 진심어린 사죄와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단상에서 발언하는 사람은 이해준 군의 아버지인 이왕용씨이다. <사진=이선율 기자>
[매일일보]지난 5일 경북 문경 소재 한 저수지 배수관로 내부에서 아무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안전점검 작업을 하다 질식사한 아르바이트 대학생 이해준 군(21)에 대한 장례식이 사고 후 보름이 넘도록 치러지지 않고 있다.해당 사업을 발주한 발주자이자 사고 원인이 된 작업을 원청업체를 거치지 않고 직접 하도급업체에 지시하기까지 한 한국농어촌공사측은 이군 유가족들에게 사고에 대한 사과와 보상대책을 제시하기는커녕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피해자 유가족을 비롯해 노동건강연대, 알바노조, 청년 유니온 등 관계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이군의 죽음이 발생하게 된 배경과 사후 처리 과정의 부당함에 대해 고발했다.장하나 의원 등에 따르면 이군은 문경시 산북면 회룡리 소재 회룡저수지 복통(관로) 내부에서 복통의 결함여부 등을 조사하는 CCTV촬영 로봇의 전진을 막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아무런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진행하다가 질식해 숨졌다.사람이 작업하기 너무 위험한 장소이기 때문에 CCTV가 달린 로봇이 투입되었던 것인데, 현장 책임자는 그 로봇의 작업을 돕기 위해 일한지 4일 밖에 안 된 아르바이트생을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내부로 들어가게 한 것이다.
▲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항의 피켓을 들고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이선율 기자>
이에 대해 노동건강연대 산재사망감시팀 박혜영 팀장은 “현장소장도 ‘무섭다’면서 선뜻 나서지 못해 아르바이트생을 대신 들여보냈다”고 전했다.박혜영 팀장은 “안전장비를 착용한 전문가가 들어가서 해야 하는 일을 아무런 장비도 없이 아르바이트생이 들어가도록 했고, 그래서 질식으로 인한 사망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살인이나 다름없다”고 성토했다.박 팀장은 “농어촌공사가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미리 대비했다면 이런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제 이런 살인구조를 멈추어야 하고 특히 다양하고 많은 사업을 발주하는 공기업에서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그래야 민간기업에도 안전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있다”며, “노동부도 공기업으로부터 안전관리체계를 갖추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가 배경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용역 발주처인 농어촌공사는 저수지 배수관 안전점검과 관련해 경상북도 대구시 수성구에 소재한 (주)대은을 원청업체로 선정했고, 대은은 강원도 춘천에 소재한 환경업체인 한빛환경에 하도급을 주었으며, 숨진 이군은 한빛환경에 고용돼 아르바이트를 했다.사고 현장의 관리 주체로서 안전관리 책임도 지고 있는 농어촌공사는 사고가 발생한 현장작업을 원청업체인 (주)대은을 거치지 않고 재하청업체인 환빛환경에 직접 지시했음이 작업지시서를 통해 증거로 남아있지만 사고 발생 직후 책임 회피에 나섰다.
유가족에 따르면 사고 발생 이튿날 시신이 안치되어있는 영안실로 찾아온 공사 관계자 박모씨(4급)는 “그런 작업지시를 한 적이 없다”면서 안전관리감독 책임을 모면하려고 했다.이군의 누나 이지연(29)씨는 “사고 발생 3일째 되는 날 농어촌공사 본사를 찾아가 항의했으나, 그쪽의 반응은 ‘왜 책임도 없는 본사를 찾아왔냐, 그런 걸 따질 거면 공사 사장을 찾아가는 것이 맞는 것 아니냐, 우리는 법적인 책임이 없다’는 등 뻔뻔하고,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고 전했다.
▲ 이날 기자회견에서 알바노조 구교현 위원장이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일회용품이 아니다”라고 쓰여진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선율 기자>
지연씨는 “한빛환경 관계자들은 사고해결 및 유가족의 마음을 십분 헤아려 이해준 군의 빈소에 직원을 상시 대기시켜 유가족의 수족이 되어주며, 조금이나마 슬픔을 달래주고자 노력했으나, 농어촌공사 측은 유가족을 찾아올 때마다 온갖 회유와 협박을 일삼으며 우리를 분노케했다”고 말했다.유가족에 따르면 농어촌공사 측은 ‘우리도 법적 검토를 해봤으나, 민형사상 책임이 없다’, ‘농어촌공사가 작업을 지시한 것은 맞지만, 사람이 들어가서 작업을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기 때문에 농어촌공사 잘못은 아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임을 왜 모르냐, 우리는 공기관이기 때문에 법률적 책임이 없다면 그 어떠한 책임도 질 수 없다’ 등 오락가락하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지연씨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해준 군의 사망에 관하여 책임소재를 밝혀 사죄받는 것 딱 하나”라며 “죽은 동생을 쉽사리 보낼 수 없는 심정이다. 고인이 된 이해준 군에게 마음의 짐을 덜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더 이상의 죄는 짓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장하나 의원 등은 사고의 1차적 책임을 지고 있는 한국농어촌 공사를 비롯한 고용노동부에게 ▲유가족들에게 공식사과 및 보상문제 해결▲사고재발방지대책 및 안전관리개선대책 수립 ▲이번 사고의 빠른 수사 ․미숙련 단기노동자의 위험작업 투입실태 전면조사를 촉구했다.장 의원은 “한국농어촌 공사는 이번 산재사고의 책임이 있지만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저희도 농어촌공사에게 철저히 규탄을 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때까지 저희 의원실도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지겠다”고 밝혔다.장 의원은 “산재사고가 났을 때 원청의 책임성을 법에 명시를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재벌대기업들 리서치를 해보면, 하도급, 재하도급을 주는 이유가 비용절감을 위해, 안전문제를 회피하기 위해서라고 답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기업살인법 재정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알바노조 구교현 위원장은 “사건의 핵심은 정부의 방책과 사업주들의 탐욕이 부른 죽음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정부에서는 산업안정 관련 부실한 제도를 알면서도 보완할 생각이 없고, 농어촌공사라는 정부기관이 발주한 사업에 있어서도 별다른 안전대책 없는 일들이 지연되고 있으며, 사업주들은 인건비를 떨어뜨려 자기들 수익을 높이고자 하는 탐욕이 부른 죽음”이라는 것이다.구교현 위원장은 “농어촌공사는 즉각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더불어 건설현장에서 이러한 사고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 노동부가 나서서 전면적인 실태조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청년유니온 한지혜 위원장은 ”이번 사건 외에도 십만원짜리 펜스가 없어서 용광로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던 청년, 산업현장에서 고된 노동으로 열사병으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청년들 등 더 이상 안타까운, 어이없는 죽음들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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