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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재영 기자]대기업 내 MZ세대 직원들이 호실적에 따른 연봉 인상을 요구해 관철된 몇몇 사례가 있다. 해당 기업에 부담이 될 것 같으면서도 기업의 구성원이 만족하지 못하면 발전도 없다는 생각에 이른다. MZ세대는 소확행 등 개인의 주관이 뚜렷하고 먼 미래를 위해 참고 희생하는 방식을 지양한다. 그래서 개인 가치보다 조직 가치가 우선시 되는 것에도 반감을 가진다. 이를 지나친 개인주의로 매도하는 시각도 있지만 눈부신 산업 성장에도 개인 행복감이 저조해 자살률이 높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사회문제를 고려하면 MZ세대의 당돌함은 개개인이 찾은 생존수단처럼 보이기도 한다.
카카오페이 경영진 주식 먹튀 사례를 보고 얼핏 MZ세대 사고방식인가 했다. 회사보다 개인 소득을 챙기는 것이 중요해 직책은 무시했다. MZ 같아도 분명 다르다. MZ세대의 당돌함은 자신감과 책임감에서 나온다. 할 것은 제대로 하면서 요구할 것을 요구한다. 카카오페이 사례는 회사 경영진이 주주에게 한 약속을 저버렸을뿐더러 일견 사기에 가깝다. 회사가 성장을 담보로 주주에게 자본을 빌려 상장했는데 그 돈을 떼먹는 행위다.
그동안에도 회사 주식이 정상가치보다 지나치게 오르면 주식을 일부 팔아 차익을 남기는 경영진의 철면피 행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카카오페이 사례는 이보다 훨씬 수위가 높다. 회사가 전도유망하다고 공모주를 모은 후 투자자들의 뒤통수를 쳤다. 흔히 주식시장의 작전세력이 하는 행태와도 비슷하다.
경영진 주식 먹튀 사례의 피해자는 소액주주만이 아니다. 카카오 브랜드 이미지도 실추됐다. 회사가 입은 간접적인 손해가 막대할 것이다. 먹튀 경영진에 대해 주주대표소송이나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라고 만든 제도다. 그러나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든 제도지만 실제는 무용지물인 듯하다. 개인주주들이 제기하기에는 소송 허들이 너무 높다. 소송이 남발될 것을 우려해 소송 가능 최소 지분율을 높인 것인데 정작 쓸 수가 없다.
그러면 국민연금이 나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연금의 경영간섭 등에 말이 많다.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계기로 적극적인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세웠지만 경영계 반대가 심하다. 이럴 땐 맞지만 저럴 땐 아니다. 적어도 회사가 피해를 입고 소송에 따른 회사의 실보다 득이 많은 경우에는 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는 계열사 상장 후 경영진이 회사 주식을 1년 또는 2년간 매도할 수 없도록 한다고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사후처방만으로 떨어진 이미지를 주어 담을 수 없다. 퇴사한 CEO와 새로 내정된 CEO도 주식을 팔았다고 한다. 책임감 없는 경영진이 회사 성장보다 단기적으로 개인 실적을 내고 연봉과 특별보수를 챙기는 데 더 집중할 것이란 우려를 주주들의 머릿속에서 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간 재벌 총수가 배임・횡령 등 전과로 기업집단에 대한 불신을 낳았지만 이제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집단도 믿을 수 없게 됐다. 전문경영인 집단의 장점을 살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재벌 집단과 다르게 전문경영인 집단은 상대적으로 경영진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를 좀 더 강도 높게 설계할 수 있다.
회사가 신뢰를 잃는 것은 카카오페이 주주만의 문제가 아닌 카카오 기업집단 상장사 모든 주주에게 얽힌 문제다. 이번 먹튀 사례를 단순히 주주 피해로만 치부하고 회사가 입은 무형적 가치 손상을 간과한다면 물밑의 이유로 성장에 발목 잡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