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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오스템임플란트에 이어 계양전기 직원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소액주주 참여 확대로 활성화됐던 기업의 자본조달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기업들은 이사제도 규정 등에 따라 사내외 이사 선임안을 대거 다룬다. 기업들은 횡령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여기고 자체 이사 선임 후보들이 내부 관리를 위해 도입된 이사제도 목적에 부합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수많은 주주들을 울리고 있는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은 개인 직원의 일탈로만 보기가 어려운 전례들이 있다. 회사 내부회계관리제도의 부실함이 의심되는 사례가 이전에도 발생했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오스템임플란트는 자금관리 직원이 1880억원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가 있음을 지난 1월3일 공시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한다. 추가 횡령액이 발견돼 최종 횡령 규모는 2215억원이 됐다. 2021년 9월말 기준 모회사가 보유하는 것으로 공시한 현금성자산의 90% 이상이 실재하지 않은 것이다.
사내 이사회를 두고 사외이사와 감사를 선임하는 것은 회계장부에 구멍이 날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오스템임플란트 경영진과 이사들은 장부가 새는 것을 막지 못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과거 최규옥 전 회장과 전직 임원 3명이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전례도 있다. 이처럼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사건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 사후 대책이 필요함에도 내부 통제・감시망의 부실, 지배구조의 후진성 등이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국민연금은 2017년 오스템임플란트 특정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이해관계로 인한 독립성 취약 우려를 이유로 반대한 바 있다. 해당 이사는 현재도 사외이사로서 임기를 거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사회 출석률이 매우 저조했던 또다른 특정 후보의 재선임안에도 반대했으나 안건이 통과돼 이같은 외부 견제는 통하지 않았다. 현재 오스템임플란트 내 사외이사 1명과 감사 1명은 회사 대표이사와 같은 대학을 졸업해 학연도 있어 보인다. 횡령사건을 막지 못한 게 전적으로 이사회의 잘못이라 볼 수는 없지만 책임이 없지 않다. 회사는 이전 경영진의 횡령・배임 사건에도 내부 통제망을 개선하는 노력에 소홀했던 듯 보인다.
비단 오스템임플란트 사례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이사회 기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적합한 후보를 선정하고 있는지 회의적이다. 이사 후보에 대한 정보 공개가 극히 제한적이며 주총장에서는 다수의 이사후보를 일괄처리해 소수주주가 개입할 여지를 줄인다. 국민연금 등 외부 기관이 특정 이유로 반대해도 표결을 통해 후보가 바뀐 사례는 극히 드물다.
예로부터 충신은 임금에게 쓴소리를 한다고 했다. 간신은 듣기 좋은 말로 임금을 기분좋게 하지만 나라가 망하게 만든다. 기업의 이사 역시 회사가 선호하고 이해관계가 들어맞는 후보만 선임하면 내부 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횡령사건 등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기업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도움이 되는 내부 통제망을 확보하려면 몸에 좋은 쓴약을 취해야 한다. 회계장부를 깐깐하게 들여다보고 이사회 안건들에 대해 높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문제를 지적해줄 수 있는 전문가를 이사로 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회사 성장은 물론 자본시장과 사회에도 기여하는 기업의 책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