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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갑자기 하루 10만명을 훌쩍 넘어서면서 ‘혹시 나도’라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주변에서 확진됐다는 소리가 자꾸 들려오더니 결국 전날 점심을 같이했던 분의 전화가 걸려왔다. 확진 통보를 받았으니 검사해보란다. 지난달 22일 퇴근 무렵이었다. 증상이 없었지만 자가검사키트를 사서 검사해보니 음성으로 나왔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목이 조금 아프고 기침이 나왔다. 출근후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가서 PCR검사를 했고 그날 퇴근길에 양성 판정 문자를 받았다. 바로 7일간의 ‘자가격리 재택치료’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틀후인 25일 오전까지 보건소나 구청으로부터 어떤 연락이나 방역지침이 오지 않았다. 본인은 물론이고 밀접접촉자인 가족들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전혀 안내가 없었다. 결국 ‘알아서’ 가족들이 각자 선별진료소나 병원을 찾아 PCR검사를 받았고, 백신을 2차 접종까지만 했던 둘째아이는 ‘알아서’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보건소와 구청 담당과로 전화를 걸어 따졌더니 검사를 받은 곳과 거주지의 구가 달라서 시간이 걸린 것 같다며 확인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보건소에서 확진통보와 간단한 안내 문자를 받았다. 다음날인 26일 기초역학조사와 재택치료 안내 문자가 왔다. 재택치료 기간이 절반가까이 지난 시점이었다. 가족에 대해서는 그때까지도 격리여부 등 구체적인 지침이 없었다. 치료는 물론이고 방역관리까지 사실상 ‘방치’ 수준으로 느껴졌다. 증상이 경미했으니 망정이지 만일 갑자기 상태가 악화됐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됐을지 생각만해도 끔직하다. 물론 지침이 오기전에 ‘알아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와 처방전을 받아 치료를 했고 방역지침에 따라 격리생활을 했다.
실제 많은 재택치료자들은 "확진 통보를 받은 뒤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고, 정보도 없었다. 보건소 등 의료기관에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K방역’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이런 방치상태가 전개된 것은 갑작스런 확진자 급증 때문이다. 방역당국이 위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관리하기로 방침을 정하다보니 확진자의 대부분인 일반치료군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셈이다. 일선 보건소와 구청의 방역담당 인력이 크게 부족한데다 방역지침 자체도 급변하다보니 제대로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 온 것이다.
확진자의 대부분은 스스로 건강 상태를 관찰하고 증상이 있으면 동네 병·의원에 전화 걸어 비대면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이런 안내를 받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확진자 가족들은 3월 1일부터 접종경력에 관계없이 격리의무가 면제되는데 이런 방침이 발표된 지난달 25일부터 이미 일선 보건소나 구청에서는 가족 격리에 대해 손을 놓았다.
한정된 방역인력으로 ‘재해’처럼 급증하는 확진자를 감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위중증환자 중심으로 방역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정부의 방침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재택방치’는 안된다. 확진자 통보에서 재택치료 방법을 안내하는데 몇일씩이나 걸릴 일이 아니다. 확실한 매뉴얼과 관리시스템이 있다면 현재 방역관리 인력을 활용하더라도 확진 당일 환자들이 어떻게 자가격리를 하고 치료를 받아야할지 안내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로 보인다.
오늘(3월 1일)부터 방역패스가 중단되는 등 방역관리시스템이 크게 바뀐다. 확진자 급증추세는 이달중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맞은 ‘K방역’이 쓰나미 같은 코로나(오미크론)사태에서 국민들을 구해내려면 보다 철저한 관리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