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채권 만기 앞둔 러시아, 외환보유액 접근 차단
러시아 디폴트, 韓 포함 신흥국 경제 파급효과 우려
우크라 공세 높이는 러시아… 원자재 폭등 비용 확대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채무불이행(디폴트) 리스크로 확산되면서 산업계가 극심한 불확실성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미국, 유럽의 강력한 서방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멈추지 않으면서 디폴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디폴트 1차 고비로 제시되는 오는 16일을 앞두고 기업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오는 16일이 러시아 디폴트의 1차 고비로 지목되는 이유는 러시아의 달러 표시 채권 1억1700만달러(약 1300억원)의 이자 지급 만기일이기 때문이다. JP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16일 이자를 포함해 달러화 국채 이자 7억3100만달러를 이달 중 지급해야 한다.
문제는 러시아가 금융제재로 서방 국가에 예치된 외화보유액 접근이 차단된 상태라는 점이다. 러시아가 6300억달러가량의 외화를 보유했지만 실제로 가용할 수 있는 금액은 일부분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러시아 디폴트 현실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는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13일 미국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디폴트는 더 이상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아니다. 러시아는 빚을 갚을 돈이 있지만 그것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실제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부 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전체 외환보유액은 6400억 달러”라며 “그 가운데 3000억달러 가량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국가신용등급 또한 디폴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러시아 국가신용등급을 기존의 'B'에서 'C'로 6단계 강등했다. 피치는 성명에서 "서방의 제재와 무역 제한으로 러시아의 채무상환 의지가 약화했다"며 "(러시아의) 디폴트가 임박했다"고 평가했다. S&P도 최근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CCC-’로 총 8단계 끌어 내렸다.
문제는 러시아 디폴트가 현실화될 경우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 시장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충격이 더 심한 나라는 코로나19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나라들이다”고 우려했다.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도 “러시아가 채무를 불이행한다면 전세계 신흥국의 국가부채에 파급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우리나라 산업계는 러시아 디폴트가 글로벌 원자재 가격 폭등을 가속화할 수 있는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위기로 폭등한 대표적인 원자재가 원유, 니켈 등이다. 국제 유가는 최근 최고점으로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아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니켈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장중 111%까지 급등해 역대 최고가인 톤당 10만1365달러를 기록했다. 런던금속거래소는 비정상적인 급등 때문에 니켈 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국가 경제 위기를 서방 제재를 탓하며 우크라이나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포위해 점령을 시도하고 있다. 디폴트 위기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수도를 함락시키겠다는 ‘벼랑 끝 전술’을 시도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방의 강력한 제재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며 “러시아 디폴트가 현실화 가능성에 산업계 경영 불확실성 공포가 극도로 고조되고 있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