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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회사 회장을 했던 분이 차기정부 대통령이 된다는데 집값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둔 당시 집을 팔지말지 고민하던 기자에게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렇게 반문했다. 그는 “유력후보인 MB가 집권한다면 최소한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매도를 만류했다. 개발론자인 MB 재임기간동안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그의 논리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 결국 집을 팔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집값은 큰폭 하락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부동산 규제완화 공약을 놓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주춤하고 있는 집값이 다시 불안해질까봐서다. 벌써부터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에서는 매수문의가 이어진다고 한다. 서울 강남 대치동 압구정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 집주인들도 규제완화로 사업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대통령 선거이후 5일새 서울 아파트 매물이 3.2% 감소했다고 한다. 집을 팔겠다고 내놓았던 집주인 가운데 일부가 대선이후 규제완화를 기대하며 매물을 거둬들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윤석열 정부 출범이후 집값이 어떻게 될지 지금 단언하기는 힘들다. MB정부때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없었다면 집값이 폭락해 부동산 활성화대책을 쓰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집값 전망도 팽팽하게 엇갈린다. 부동산 세제개편과 규제완화, 교통망 확충이 가시화되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과 금리인상과 매물증가로 대세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맞선다.
확실한 것은 집값이 다시 불안해진다면 윤석열 정부는 출범초기부터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집값 급등 때문에 들끓었던 부동산 민심이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동력이었는데 집값이 오르면 지지기반이 송두리째 붕괴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집값 불안을 걱정해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규제완화를 미루거나 접을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들과의 약속인 공약들은 반드시 지켜나가야 한다.
새 정부가 할 일은 주택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들어 서민 중산층의 주거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은 과도한 규제로 시장이 제기능을 못했기 때문이다. 퇴로를 주지 않고 다주택자를 압박하는 바람에 매물이 잠겼다. 집값을 잡겠다고 쓴 정책이 오히려 집값상승을 부채질 했다. 주택대출을 꽉 막으니 돈 있는 집 부자들은 ‘줍줍’으로 마음대로 투기를 하고 돈 없는 서민과 중산층들은 고통을 겪었다.
무분별한 규제완화는 투기꾼의 배만 불릴 수 있다. 재건축 규제완화도 막혔던 사업의 물꼬를 터주되 집주인에게 과도한 차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정밀한 이익환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용적률을 높여 도심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가 부동산시장 곳곳에 박혀있는 대못규제를 뽑고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국민들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