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중국, 기술력 떨어져도…정부 업고 몸집 키우는 로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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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중국, 기술력 떨어져도…정부 업고 몸집 키우는 로컬
  • 이재영 기자
  • 승인 2022.04.14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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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필요 없는 낸드플래시, 중국 YMTC 캐파 확장 활보
애플 수주 여부, 중국 반도체 굴기 분기점 될 전망
국내 메모리 경쟁력 격차 유지 위해 설계・후공정 밸류체인 강화 필요
중국 YMTC가 128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하고 애플에 샘플을 공급, 거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반도체업계 CG. 사진=연합뉴스
중국 YMTC가 128단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하고 애플에 샘플을 공급, 거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반도체업계 CG.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중국이 아직 저조한 메모리 기술력에도 자국 수요를 흡수하며 규모의 경제를 키우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막강한 생산 기술력에 더해 설계 및 후공정 기술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엘피다 파산 이후 기술 인력이 중국으로 유입돼 메모리 자급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중국 내 D램 개발은 여전히 기초연구단계로 빨라야 2024년쯤 양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나, 미국이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 수출을 차단해 이마저도 불확실하다. 이에 비해 낸드플래시는 국내 업계도 EUV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 현재로선 없는 상태에서 중국도 진입장벽이 낮은 측면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특히 YMTC가 최근 128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업계 관계자는 “아직 걱정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미세화 공정 난이도나 적층 수도 중요하지만 웨이퍼 하나에서 수백개의 칩이 나오는데 몇 개나 쓸만할지 수율이 중요하다. 그에 대해 YMTC의 128단 낸드는 아직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본 키옥시아의 공정 불순물 유입 이슈에 따른 공급 차질을 계기로 애플이 새로운 공급업체를 물색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YMTC의 샘플을 받아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수주가 확정되면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중요한 분기점을 거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YMTC의 샘플이 위협적이라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며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국내 업체를 따라올 수 있겠지만 그게 수년 내일지 10년이 걸릴지 모른다. 삼성, SK, 키옥시아 등 기존 낸드업체들이 대부분 대형 메이커와 거래하는 것에 비해 아직 대형 수주 소식이 없는 YMTC는 결이 다른 상태”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국의 기술력은 국내 산업에 비해 아직 한참 뒤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생산능력 확대는 비교적 순조로워 보인다. YMTC의 부상으로 중국 내 로컬 낸드 생산이 부각되고 중국 SSD 제조업체도 점차 브랜드 입지를 확보해 나가는 추세다. 또한 YMTC는 이러한 중국 내 반도체 국산화 추세에 대응해 대규모 증설 계획도 추진 중이다. YMTC가 화웨이나 SMIC 등 다른 중국 내 반도체 제조업체에 비해 활보하는 이유는 미국의 제재조치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화웨이에 대해 자국 제조 장치나 설계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화웨이는 대만 TSMC와의 거래도 제한되고 있다. SMIC에 대해서는 10나노 이하 반도체 칩 제조에 필요한 미국 제품의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제재조치에도 중국 내 반도체 수입은 대만을 중심으로 지속 늘어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첨단기술인 로직 반도체가 제재를 받는 반면 범용 반도체 수입이 늘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수입이 확대하는 것에 대응해 국산화 정책을 강화하면서 그 수혜가 유일 생산 로컬업체인 YMTC에 쏠리는 양상이다. 국내 업계는 메모리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생산기술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부진한 국내 설계, 후공정 능력을 길러 밸류체인 협업 생태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두산이 테스나를 인수하기로 해 후공정 산업에 대기업이 진출, 자본 투입이 활성화 될 측면은 업계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기술력을 제고하기 위해 해외 기술자를 포섭하는 움직임은 경계 대상으로 꼽힌다. 최근 대만 당국은 반도체 등 하이테크 기술자들에 대한 불법 헤드헌팅 혐의로 중국 기업 약 100개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대만은 법무성 내 불법 헤드헌팅을 단속하는 전문부서를 설치해 지난해 초부터 최근까지 7건을 적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산업기술보호법상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있다. 하지만 산업 종사자가 퇴직한 후 중국에 취업하는 사례의 경우 영업비밀 보호 의무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충돌하는 갈등이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이 퇴사한 사람까지 단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누군가 퇴사해서 중국 업체에 입사했는지, 중국에서 개인사업을 하는지 정확한 정보 파악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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