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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출범 첫날인 지난 10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배제 조치를 단행했다. 윤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했던 부동산시장 규제완화와 세제개편을 새 정부가 적극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부동산 정책을 바로 잡겠다’는 약속과 함께 부동산관련 4개 과제가 들어있다. 새 정부는 국정과제로 주택공급을 확대와 시장기능 회복을 통한 주거안정을 실현하고, 안정적 주거를 위한 부동산세제 정상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대출규제 정상화 등 주택금융제도를 개선하고 촘촘하고 든든한 주거복지를 지원할 계획이다.
새 정부의 부동산 국정과제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시장기능 정상화와 주거안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과도한 규제로 시장기능을 왜곡 시켰고 이 때문에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해 국민들의 주거안정이 크게 훼손됐으니 이를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재건축단지를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보고 갖가지 규제로 꽁꽁 묶었다. 안전진단과 관련절차를 강화하고 분양가상한제와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및 양도소득세 중과, 보유세강화로 투기적 이익에 회초리를 들었다. 이런 규제는 결국 사업추진의 발목을 잡아 주택공급이 감소했다. 그리고 거래절벽과 매물잠김 현상이 나타나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계기가 됐다.
새 정부는 이렇게 망가진 부동산시장을 바로잡고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묶어놓은 규제를 확 풀고 세금제도를 전면 개편할 방침이다.
그런데 문제는 ‘집값 불안’이다. 대통령선거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규제를 푼다고 하니 새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기대감으로 집값이 들썩였다. 서울아파트값이 상승세로 전환하고 분당 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값이 출렁거렸다.
결국 인수위원회는 새정부 출범후 종합적인 부동산대책 밑그림을 발표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급격한 규제완화 기대감을 잠재우기 위해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묶여있던 규제가 풀리면 기대감으로 집값이 움직일 수도 있다. 그런데 지난 5년동안 워낙 큰폭으로 집값이 오른 탓에 학습효과로 인해 규제완화를 틈타 제어하기 힘든 투기적 수요가 발생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투기를 잡겠다고 규제를 강화했는데 오히려 집값이 치솟았듯이 새 정부가 시장기능 회복시키려고 규제를 풀었는데 집값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집값이 불안해지면 새 정부는 규제완화를 제대로 추진하기 힘들어진다. 규제를 풀어 시장기능을 회복시키려는 것은 결국 국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것인데 집값이 급등한다면 공염불이 될 수 있다. 설익은 정책으로 집값 급등을 초래한다면 문재인 정부처럼 부동산정책에 실패한 정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 정부는 꽉 막힌 규제를 풀어 부동산시장을 정상화시키는 동시에 정밀한 개발이익환수장치를 마련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이 새 정부에 맡긴 과제다. 새 정부가 어떻게 규제완화와 집값불안의 딜레마를 헤쳐나갈지 국민들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