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전승완 기자] 당뇨병은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므로 꾸준한 관리와 치료를 필요로 한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당뇨병의 사회,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농촌진흥청이 22일, 잎에 혈당을 떨어뜨리는 성분이 많은 ‘잎 전용 고추 품종’을 개발하고 채소 섭취를 통한 혈당 관리 가능성을 제시했다.
당뇨병 치료제 중 하나인 ‘알파글루코시데이즈 인히비터(AGI)’는 탄수화물을 흡수하는 효소인 알파글루코시데이즈를 막아 혈당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당뇨병, 비만, 과당증 등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
농촌진흥청은 고춧잎이 혈당 상승 억제(AGI) 활성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850여 점의 고추 유전자원을 대상으로 혈당 상승 억제 활성을 분석하고, 지난 2008년 기존 고추 품종보다 잎에 혈당 상승 억제 활성이 약 4배 높은 ‘원기1호’를 개발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조직 배양을 통해 ‘원기1호’ 보다 혈당 상승 억제 활성이 약 3배 높은 ‘원기2호’를 육성하는 데 성공했다.
분석 결과, ‘원기2호’의 혈당 상승 억제 활성은 74.8%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당뇨병 치료 약 ‘아카보스(80.2%)’ 못지않게 혈당 상승 억제 활성이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원기2호’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항당뇨·항비만 유효성을 평가하는 실험을 했다. ‘원기2호’의 잎 추출물을 당뇨병을 유발한쥐에게 8주간 투여한 결과, 공복 혈당과 복강 내 당부하, 당화혈색소, 혈장 인슐린 농도, 혈중 지질 등 11개 지표가 당뇨병을 유발한 뒤 아무것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보다 유의적으로 개선됨을 확인했다.
‘원기2호’의 잎은 일반 고춧잎처럼 나물이나 장아찌, 전 등 다양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다. 열매도 일반 풋고추처럼 섭취할 수 있고 재배 방법도 비슷하다.
한편 ‘원기2호’는 현재 국립종자원에 품종 출원 후 보호 등록을 위한 재배심사를 진행 중이며, 보호 등록 전 이른 시기에 보급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민간종묘회사 등에 통상 실시를 추진하고 있다. 관련 연구 결과는 지난해 국제학술지 ‘메타볼라이트(metabolites)’에 실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열매 생산을 목적으로 고추를 재배하며, 잎이나 줄기는 재배가 끝나면 버리는 부산물로 여겨졌다. 이번 연구는 고춧잎에 기능 성분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일반 품종보다 기능성이 높은 품종을 만듦으로써 고춧잎의 식품 원료로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농촌진흥청은 ‘원기2호’ 고춧잎 생산 기술과 잎 전용 품종에 대한 홍보, 제품 고급화를 위한 포장 방안 등 현장 요청사항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을 지원할 계획이다.
경기 포천에서 ‘원기2호’를 시범 재배하는 김규동 씨는 “기존 품종과 차별화된 품종이 개발돼 반갑다”면서 “원기2호가 농가의 새로운 소득 작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이우문 과장은 “이번에 소개한 잎 전용 고추 ‘원기2호’는 흔히 부산물로 취급되는 고춧잎에 식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기능 성분이 풍부한 점에 착안해 개발했다”며 “앞으로도 기능 성분을 함유한 채소 품종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