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일보 김간언 기자] "20여년 넘게 공인중개소를 해왔는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심각한 불황이다. 매매거래는 거의 없고 임대계약도 확 줄었다. 이런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중개사무소를 도저히 유지할 수가 없다. 그간 벌어놓은 돈이 있는 중개업소라도 반년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부동산 거래절벽이 장기화되면서 공인중개사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적자가 계속되면서 폐업이나 일시적 영업 중단을 고민하는 중개업소가 늘고 있다. 과거 몇 년간 거래가 괜찮았던 만큼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이런 상황이 더 길어진다면 방법이 없다는 게 중개사들의 하소연이다.
부동산 기자들은 수시로 중개소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시장 분위기를 물었는데 한결같이 거래절벽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중개사들은 "전례 없는 거래절벽에도 정부가 거래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중개업소들이 처한 상황을 몰라준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동안 중개보수 수입도 덩달아 늘어나 중개업소들이 호황을 누려왔다고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기때문에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서 5년간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동향을 살펴본 결과, 2018년 4718건, 2019년 4415, 2020년 5594건, 2021년 4902건, 2022년 1737건으로 나타났다. 올해를 제외하고 거래가 가장 적었던 2019년과 비교해도 거래량이 60.66%나 줄었다. 6월 거래량은 아직 집계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더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6월 전국 부동산중개소 폐업이 1148건, 휴업 81건으로 나타났다. 폐업은 지난 5월 727건보다 57.9% 증가하며 올들어 처음으로 1000건을 넘어섰다.
전국적으로 약 12만개의 중개사무소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부동산거래절벽으로 이들 12만 중개업소의 공인중개사들과 종사자들이 생존을 위헙받을만큼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정상화 정책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거래가 회복되고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도 자영업자인 공인중개사와 근로자들을 어려움을 듣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간 벌어놓은 돈이 많은 만큼 좀 힘들어도 괜찮다”는 여론이 있는 만큼 공인중개사들도 이번 위기를 변화의 기회 삼을 필요가 있다. 사실 프롭테크 업체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어 기존의 중개방식을 고수해서는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자들인 국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인식을 개선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중개사들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중심으로 강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도 고려할만하다.
사상 초유의 거래절벽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 공인중개사들이 이번 위기를 변화의 기회로 삼아 한단계 도약한 부동산거래 시대를 열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