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일보 김간언 기자] 주택 거래절벽이 심화되면서 부동산 시장 장기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8·16 대책을 통해 향후 5년간 27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시장 조성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다.
거래절벽과 집값 급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매수자의 심리가 얼어붙어 부동산 침체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있어야 만들어 공급하려는 사람이 나오는데 지금 분위기로는 주택 공급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대구와 포항, 대전 등지서 아파트 미분양 적체가 심화되고, 경기도에서 미입주 사태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양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 신축 분양에 나설 건설사가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최근 건설사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과 미분양 증가에 이미 계획된 신축 공급을 미루고 있는데 향후 시장 침체가 더욱 심화되면 계획조차 수립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민간 공급에 중점을 둔 정부의 8·16 대책이 성공하려면 거래 활성화와 안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지금 부동산 시장의 신호가 매우 부정적인 만큼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의 집값 급락을 공적으로 선전하며 규제 완화를 언급하는 것조차 조심하고 있어 부동산 거래 활성화가 더욱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주택 거래절벽의 주요인 중 하나로 대출 규제지역 설정이 꼽히는데 이를 심의하는 국토교통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가 지난 6월 30일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규제완화 지역 추가는 언급했지만 15억원 이상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 검토는 부인했다. 8·16 대책에서도 규제완화와 공급 증대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발표를 하지 않았으며 재건축과 재개발 지역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을 최대한 미루는 모습이다.
정부의 이같은 모습은 집값 하락을 유도할 수있지만 시장 안정화에는 부정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출규제와 같은 시장 경제를 비정상적으로 조정하는 정책 등이 지속되면 부동산 침체가 장기적 회복 불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부동산 가격 연착륙이 이상적이며 현실적으로 어려워 급락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지만 일정 수준 거래량이 수반돼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과 거래절벽, 물가상승, 경기침체로 인해 최근 전국 아파트 가격이 13년 7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시장 안정화를 위한 명확한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이 고이면 썩듯이 거래량 없는 가격 급락에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더 많은 문제들이 파생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이 더욱 위험하다고 언급한다. 디플레이션은 모든 침체를 가져오는 대공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거래량을 살리면서 가격의 하향 안정을 유도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만큼 급락해도 괜찮다는 의견도 있지만 급락으로 인한 충격은 예상치 못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전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았던 각종 정책 등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점을 다시금 떠올리며 시장 경제를 왜곡시키는 각종 규제들을 빠르게 재점검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