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경렬 기자] 환율이 천정부지 치솟으면서 이로인한 여파에 대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의 긴축과 함께 영국 파운드화 가치 하락 등 달러 강세 현상이 확대될 수 있는 대외적 요인이 늘고 있다.
2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9.3% 오른 1436.50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전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2.2원까지 올라 연고점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4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3월16일(고가 1488원) 이후 13년6개월 만이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외국인은 전일 주식시장에서 3000억원 가까이 매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1497억원, 기관은 1782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홀로 3251억원 순매수했지만 지주 하락을 방어하지는 못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증산 계획 철회 보도로 인한 정보기술(IT) 수요 추가 위축 우려, 영국발 금융 불안에서 기인한 파운드화 약세와 위안화 약세 등 달러 대비 여타 상대 통화 약세에 따른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이 낙폭 확대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우려는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2023년 이후 달러/원이 하락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유지하나, 4분기 평균 달러/원 환율을 기존의 1,350원에서 1,41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며 “지난 10여년간 상방 저항선 역할을 해온 1,250원을 상향 돌파한 이후 의미 있는 저항선은 없는 상황이다. 뚜렷한 저항선이 없다는 점에서 1,450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달러/원이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이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경제가 전방위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영구 파운드화는 최근 약세다. 파운드화는 전일 장중 1.0711달러를 기록했다. 파운드화가 달러화와 환율이 같아지면 원/달러 환율은 더 오를 수 있다.
국내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위안화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위안/달러 환율은 역외에서 7.2 위안을 돌파했다. 200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세계은행(WB)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2.8%로 낮잡았다.
이에 대외적으로 아시아의 외환위기를 우려하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달러 초강세에 따른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를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원화, 필리핀 페소, 태국 바트 등 무역수지 적자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가장 취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기획재정부 김성욱 국제경제관리관은 “현재 환율의 급변동 주체는 국내”라며 “준비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