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원자재값 상승으로 6개월째 무역적자가 지속되면서 기업들도 생산비 절감을 위한 긴축경영에 돌입했다. 신규 투자를 보류하고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동률을 낮추거나 자산 매각 및 원가절감 등 비상경영에도 나서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구미사업장을 계열사에 매각해 388억여원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 건도 추진 중인 한화가 유휴 사업장을 매각해 투자재원을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복합발전사업을 160억원에 양도한다. 주력사업에 집중하면서 비주력 자산을 현금화하기로 했다. 한화솔루션은 1600억원 규모 질산유도품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최근 철회했다.
일진머티리얼즈 매각 작업이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회사는 매각 주간사를 선정해 일부 원매자에게 지분매각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왔고 최근 롯데케미칼에 대한 매각설이 나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앞서 동국제강은 브라질 CSP 제철소를 아르셀미탈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8416억원 가치로 처분해 1조원 규모 지급보증을 해소하기로 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복합 위기에 선제적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매각 취지를 직접 설명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부터 진행해왔던 진흥기업 매각 작업에 대해 최근에도 검토 중임을 재공시했다. 자산 현금화를 위해 적절한 매각시점을 고민하고 있는 듯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3600억원 규모 설비 신규투자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공사를 지속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 통신기기부품 제조업체는 공장 가동률을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고 조만간 더 줄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년 하반기부터 재고가 늘어나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 회사는 토로했다. 현재 진행 중인 신규 수출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할 것도 각오하고 있다.
한편, 9월 37억7000만달러 무역적자가 발생해 6개월째 적자가 이어졌다. 원자재, 환율 등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생산비용도 급증하는 형편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산업의 생산비용은 전년보다 8.7% 늘어나 200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임금 인상압력까지 커지고 있어 기업들의 생산비용 충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상용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6.1% 올랐다. 작년 인상률보다 1.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정부는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 대한 전기요금 차등인상까지 결정해 비용절감이 산업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