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중소기업계가 지속적인 환율 상승 기조에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다. 수출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업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내수 중심의 판매망을 가진 업체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때 가격 상승분을 자동으로 납품대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중소기업만 원자재 가격 부담을 가지지 않고, 대기업과 함께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응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 내용이다. 현재 시범운영을 시작했고, 중소벤처기업부는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16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최근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3고(高) 복합위기가 도래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지속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거래 관계를 가진 대기업들의 고통 분담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아직 일부 의견에 부딪혀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 이후 판매하는 국내 산업계에 악재다.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 국내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은 원자재 리스크에 직면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복합 경제 위기 중소기업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7.1%가 ‘환율 상승’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76.6%)’도 중소기업들의 부담감을 가중시켰다.
현재 고환율에 따른 중소기업의 원자재 가격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납품단가 연동제가 시범운영되고 있다. 본격적인 법제화 이전에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시범운영부터 시작됐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더 이상 민간의 자율에 맡기기 어렵다는 이유로 추진됐다. 납품단가 연동제 입법은 지난 2008년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하지만 시장 자율에 위배되고 거래 위축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보류됐다. 정부는 대신 민간의 자율 조정에 무게를 둔 납품단가 조정 협의제를 도입했다.
현재 납품단가 연동제는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제도 법제화에 반대 입장을 비췄다. 이화령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달 27일 보고서를 통해 “납품단가를 원자재 가격에 연동해 위험을 분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거래 상대방 모두에게 이로울 수 있으나 이를 의무화한다면 효율성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계는 즉각 대응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KDI의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납품단가 연동제는 불공정 거래에 대한 거래 질서를 잡고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오른 만큼 연동해 가격을 조정하는 부분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납품단가 연동제가 하루 이틀 만에 결정된 것도 아니고 중소기업계가 14년 동안 이런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검증 등 대책을 요구해 여야가 민생법안으로 합의까지 된 내용인데 이런 의견들이 나와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