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금리 인상기를 맞아 고액자산가들이 증시 부진에 주식시장을 떠나 채권과 예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의 저축성예금(정기 예·적금, 기업자유예금, 저축예금) 중 잔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계좌의 총예금 규모는 787조91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769조7220억원) 대비 18조1930억원(2.4%)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1년 전(716조2350억원)과 비교하면 71조6800억원(10%) 급증했다.
10억원 초과 고액 예금 계좌수는 지난해 6월 말 8만4000계좌에서 지난해 말 8만9000계좌, 올해 6월 말 9만4000계좌로 증가했다. 10억원 초과 저축성예금 잔액은 2017년 말 499조1890억원에서 2018년 말(565조7940억원) 500조원을 넘어섰고, 2019년 말(617조9610억원)에는 다시 600조원을 돌파했다. 이어 2020년 말 676조1610억원에 이어 2021년 말(769조7220억원)에는 700조원선마저 뛰어넘었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고 자산시장이 침체하면서 안전자산인 예금으로 역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27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31조591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말 대비 40조1349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고액 자산가들의 장기 국채 매수도 늘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예탁자산 3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들은 20년 미만 장기 국채를 지난달 10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주로 사들인 채권은 2019년 발행된 연 1%대 저금리 채권이다. 지난 1~8월 매수량의 10.8배에 달한다.
채권 투자가 활황을 나타낸 것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채권의 이율이 높아지면서 기대 이자 수익이 커져서다. 최근 회사채, 공사채, 은행채(신종자본증권)의 이율은 3~5%대에 달한다. 가장 이율이 낮은 국고채 및 단기채 금리도 2~3%까지 올랐다. 또한 채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본이익에는 과세하지 않고 표면금리가 낮으면 절세에도 유리하다.
고액자산가를 따라 개인 투자자들도 채권으로 몰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26일까지 장외 채권시장에서 개인은 채권 16조4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작년 한 해 동안 개인의 채권 순매수 금액인 2조5675억원보다 규모가 4배 가량 늘어났다. 신규 투자자도 늘었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KB증권에서 채권을 매수한 고객 중 약 63.5%가 올해 처음으로 계좌를 개설한 신규 고객으로 나타났다.
김희주 BNK경남은행 PB팀장은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시기에는 만기 6개월 이하의 단기채 투자를 추천한다”며 “금리 인상 시 기존에 발행된 채권 가격이 내려가므로 매매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채권은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이 아니므로 채권 발행 주체의 신용도가 중요하다. 우량 회사채나 안정성이 높은 국고채, 지방채 등으로 투자하되 발행 주체에 대해서 엄격히 따져보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