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대銀 가계대출 1.4조 줄어...10달째 감소
정기예금 한 달 새 48조 급증...잔액 800조 돌파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빚 부터 갚자"는 차주들과 금리 혜택을 받으려 여윳돈을 예적금에 몰아넣는 금융소비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그 결과 은행의 가계대출은 10개월째 감소했고, 정기예금은 800조원을 돌파했다.
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3조6475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4354억원 줄었다.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10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출 잔액 감소는 신규 대출보다 기존 대출을 상환하는 규모가 더 크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주택 시장을 비롯한 자산시장 침체에 연말까지 가계대출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신용대출 잔액의 경우 전월 대비 1조9322억원 감소해 123조6299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대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줄면서 가계대출 감소세를 견인하고 있다. 자산시장 부진으로 투자 수요가 감소하면서 신규 대출 수요가 줄었고 금리 인상이 계속되면서 기존 대출 상환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금융권의 수신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수신 잔액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은행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많이 몰리면서 총수신 잔액은 1900조원을, 정기예금 잔액은 800조원을 넘어섰다.
5대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900조1421억원으로 전월보다 46조8657억원이 늘었다. 저원가성 요구불예금과 정기적금은 감소했으나 정기예금이 대폭 늘었다.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808조2276억원으로 한 달 사이 47조7231억원이 늘었다. 반면 정기적금은 39조17억원으로 전월보다 3080억원이 줄었다.
예·적금으로 시중 자금이 쏠리고 있는 것은 기준금리 상승으로 수신금리 또한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수신금리(정기예금, 1년)는 올 1월 1.83%에서 지난 9월 기준 3.83%로 200bp(1bp=0.01%) 급등했다. 최근엔 시중은행에서도 4~5%대, 상호금융기관에선 7~8%대 예금 상품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적금은 월별 납입 한도가 정해져 있고 매달 불입하는 형식으로 이자 인상에 대한 효과가 목돈을 예치하는 정기예금에 비해 크지 않다"며 "은행들도 자금 유치를 위해 정기예금에 금리 혜택을 제공하며 특판 상품을 내놓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