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진태 강원지사의 보증채무불이행선언과 중도개발공사 회생절차 진행과 그로인한 채권시장에 혼란을 야기한 행위 자체를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과연 채권시장 혼란, 한국전력 등 공기업의 채권발행이 유찰된 결과와 둔산주공아파트재개발 건설사들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에 실패하면서 드러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혼란을 그의 행위로 인한 결과로 치부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기에 유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를 온전히 비난하기 위해서는 인과관계에 대해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그는 단지 중도에서 눈뭉치를 최문순이라는 정치적 상대에게 던졌을 뿐인데 그 눈뭉치가 누구도 미처 인식하지 못한 비탈길을 따라 굴러서 거대한 눈사태가 돼 대한민국 서울을 덮쳤을 수도 있다. 그런데 중도에는 원래 비탈길이 없었고 그도 모르는 사이에 건설회사, 증권사, 공기업 등이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 중도로부터 서울에 이르기까지 비탈길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일어 난 거대한 결과일 수도 있다. 김진태 지사나 레고랜드 사건이 아니라 누구라도 어떤 눈뭉치를 던지기만 하면 대한민국 서울이 거대한 눈사태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결과가 야기될 수 있었다면 그에 대한 현재의 비난은 과도한 것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파장은 두가지로 확산되고 있다. 하나는 지방정부나 공기관 발행채권에 대한 신용도 하락이며, 다른 하나는 부동산 PF와 관련된 건설사와 자금을 조달한 증권사의 부도위험이다.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자치단체의 파산과 관련된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으며,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사업진행에 대해서는 국민세금을 담보로 한 지속가능하지 않은 행태라는 점을 반드시 짚고 넘어 가야 할 것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드러난 건설사와 증권사의 부동산 PF 부실로 인한 위험은 사실 김진태 지사의 보증채무 지급 중단과 중도개발공사의 회생절차 진행, 강원도가 보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 최종 부도처리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19년에 발행한 ‘국내 증권업 부동산PF 유동화시장의 추이와 위험 분석’에서도 이미 경고했듯이 과도한 부동산PF에 대한 건설사, 증권사 등의 유동화는 2008년 미국 세컨더리모기지 사태로 인해 발발한 세계 금융위기와 같은 수준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 상반기 기준으로 총잔액이 112조원에 달하고 증권사의 경우만 28조원이다. 부동산 PF의 경우 시한폭탄 같은 상황이다.
결국 김진태 강원지사의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그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길게 보면 취약한 국가 경제구조가 드러난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할 일일 수도 있다. 부동산, 특히 아파트에 의존한 경제,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부동산 개발에 의존한 경제구조의 위험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우리경제는 아파트 가격이 끝없이 우상향해야 지속가능한 불가능성을 전제로한 경제구조다. 이것이 정부와 경제전문가들이 가계 자산의 90%를 무수익 자산인 아파트로 보유하게 부추긴 결과이고 혁신생태계가 전체 기업의 20%비율로 OECD국가 중 꼴찌이며, 20대와 30대 MZ세대를 영끌하게 한 주범이고 합계출산율 0.82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국가로 만든 주범이다.
우리에게는 레고랜드 사태로 김진태 강원지사를 비난할 시간이 없다. 아파트가격에 의존하는 국가경제구조를 일신하고 또 일신해 지속가능한 혁신생태계를 만들기에는 일말의 여유조차 없는 위기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