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월북몰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최고 윗선인 서훈 전 국가안보실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이날 서 전 실장의 직권 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공문서작성 등 협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 전 실장은 서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던 2020년 9월 국가안보실 실장으로서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최고위급 인물이었다. 검찰은 지난 24일과 25일 연이틀 서 전 실장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서 전 실장이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공모해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내용의 발표 방침을 정하고, 사건 발생 직후인 2020년 9월23일 새벽 1시께 열린 서 전 실장 주재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첩보 삭제 등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건을 은폐하고 일명 '월북몰이'를 했다는 것이다.
서 전 장관은 관계장관회의 직후인 같은 날 새벽 3시께 퇴근했던 실무자를 다시 사무실로 나오게 해 밈스(MIMS, 군사정보체계)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의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가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났다. 박 전 원장도 이와 비슷한 시기에 첩보보고서 등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한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서 전 실장은 당시 상황을 모두 투명하게 밝혔으며, 근거 없이 이씨를 월북으로 몰거나 자료 삭제를 지시한 사실도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아울러 관련 내용을 모두 보고받은 문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확한 사실 확인이 우선으로, 국민께 사실 그대로 알려야 한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내용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도 담겼다.
검찰은 서 전 실장 조사 과정에서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우려 등이 확인돼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 전 실잘이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개인한 의혹도 수사 중이나 이번 구속영장엔 관련 혐의를 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