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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가 한창이다. 아직 임기가 4년이나 남은 여당의 내일을 준비하는 당 대표 선출 과정이 진행 중이고, 정권을 잡은지 1년이 다 돼간다. 하지만 여당이 준비하는 대한민국의 내일에 관한 이야기는 언론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마치 경마 경기를 중계하듯 몇 번이 이기는지, 지지율은 얼마인지, 누가 이길지에 대한 내용만이 가득하고 승패에 따른 각 후보나 각 진영의 이해관계에 대한 언설들만 넘쳐난다. 애초에 이 레이스는 처음부터 '윤심'이라는 결승선만 보고 달려가도록 룰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만 할 수 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는 점은 있다.
문제는 앞만 보고 달려가기에는 주변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무역 중심 국가인 대한민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12개월 연속을 기록하고 있고, 윤석열 정부는 출발부터 현재까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은 내려갈 줄 모르고 고물가에 대한 정책이 무엇인지 찾아보기 어렵다. 취업률은 감소하고 있고, 가처분 소득 역시 마찬가지다.
AI 시대가 도래할수록 노동이 불필요한 시대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취업률과 가처분 소득 확보에 대해 정부 여당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다고 들어본 기억이 없다. 오로지 달리는 말들에 대한 이야기 뿐이다.
정당은 이념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국가의 내일을 행정부와 같이 준비하고 오히려 행정부에 앞서 내일을 준비하는 공간이 돼야만 한다. 행정부의 수반과 의원을 공천해 국가의 내일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정당은 과연 우리의 내일을 준비해주고 있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이 실종된 전당대회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당이고 정부인지, 달려도 달리는 이유라도 알고 달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 당 대표 후보들은 기수의 보이지 않는 채찍질에서 앞다퉈 발만 내딛고 있다.
더 큰 걱정은 레이스가 끝나더라도 모든 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누구든 4명 중 1명이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겠지만, 곧 바로 내년 총선을 위해 다시 달려야 한다. 앞서 말했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어두운 내일을 착실하게 준비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또 다시 내년 4월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나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윤 정부는 벌써 집권 3년 차에 접어든다. 섣부른 예측일 수 있지만, 지난 10개월 동안 정부와 여당이 보여준 국정 운영 모습을 보면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걸기에 힘들어 보인다.
'광야를 달리는 말은 마구간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목적지를 위해 마구간을 출발한 말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간다는 의미다. 하지만 광야에는 무역수지 적자와 고금리, 고물가, 저조한 취업률, 감소하는 가처분 소득과 출산율 등 달리는 말을 멈추고 점검해야 할 것들이 널려있다.
작금의 한국 정치는 시인 이육사가 시 <광야>에서 그토록 목 놓아 부르던 '백마 탄 초인'이 절실하다. 이육사의 '광야'는 신성한 삶의 터전이다. 여기에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물밀 듯 밀려오는 사회 경제 위기 앞에 달리는 말에서 내려 두 발로 당당히 맞서는 그런 초인, 그런 당 대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