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연지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판결금을 대신 변제하는 방식의 피해 배상이 이뤄진다. 정부가 2018년 대법원으로부터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에 한해서다. 다만 미쯔비시 중공업 등 전범기업의 직접적 자금 출연은 없어 반쪽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피해자모임 등 단체들은 정부 발표에 강하게 반발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분들께서 오랜 기간 동안 겪으신 고통과 아픔에 대해서 깊이 공감하며 고령의 피해자 및 유족분들의 아픔과 상처가 조속히 치유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장관이 밝힌 방안은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설립된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강제징용 피해자·유족 지원 및 피해구제의 일환으로 2018년 대법원 3건의 확정판결 원고분들께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파악된 바에 따르면 대법원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는 15명으로 일본제철에서 일한 피해자, 히로시마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일한 피해자, 나고야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등 3개 그룹으로 나뉜다. 이들이 받아야 할 배상금은 지연이자 포함해 약 40억원 규모다. 이와 별도로 대법원에 계류돼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강제징용 소송도 9건에 이른다. 관련해 정부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피해자 승소로 날 경우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재원의 경우 포스코를 비롯해 16개 정도의 국내 청구권자금 수혜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우선적으로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범기업의 직접적 지원이 없는 점을 두고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 정부의 산하기관이 배상을 대신하고 정작 피해를 배상해야 할 일본 전범 기업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물컵에 비유하면 물컵에 물이 절반 이상은 찼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어질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서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일정 등을 고려한 짜맞추기식 해법 도출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역시 박 장관은 "한일 간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자 속도감 있게 협의를 추진해 왔다"고 부인했다.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오늘 강제징용 판결 문제의 해법을 발표한 건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말했다. 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1998년 10월에 발표한 이른바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반발은 거셌다. 정부 발표 직후 피해 당사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광주 서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에서 "(제3자 변제 방식으로)그렇게 해결해서는 안된다"며 "동냥처럼 주는 돈은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일부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굴욕적인 강제동원 해법안은 무효"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