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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미분양주택은 전국 7만5359가구로 전월(6만8107가구) 대비 10% 정도 증가했다.
위험수위라는 6만가구를 넘어 7만가구도 훌쩍 뛰어넘었으니 미분양 마지노선인 10만가구까지는 상반기 내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만2257가구 수준인 서울 수도권에 비해 전국 미분양의 80%(6만3102가구)를 차지하고 있는 지방은 너무 심각하다.
미분양 숫자 자체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미분양 증가속도는 더 문제다. 작년 1월 2만1727가구에서 1년만에 3.5배나 증가했고 하반기 6개월 동안 4만75가구, 2.5배가 늘어났다.
2023년 1월부터 집값하락속도는 주춤하고 거래량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급매물은 소화되면서 1차 바닥을 다지는 분위기임에 반해 유독 분양시장만큼은 힘을 쓰지 못하면서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미분양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분양과 매매 간 시장특성과 수요자 차이 때문이다.
첫째 아파트 매매시장의 경우 급매물 몇 개만 거래돼도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호가가 오르고 반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분양시장은 물량 모두를 소화하지 못하면 미분양이 발생한다.
둘째, 일반 아파트 매매는 실수요뿐만 아니라 집이 있는 유주택자도 투자 또는 갈아타기 목적으로 들어오지만 분양시장은 철저하게 무주택자 시장이다.
지금까지 주택을 구입하지 못한 무주택자들은 자금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구매능력이 약하거나, 자금은 있는데 집을 사고자 하는 의지가 낮아 구매욕구가 약한 경우가 많다. 구매능력과 구매욕구가 약한 실수요자들이 대상인 분양시장에서 집값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꺾인 요즘 분위기를 감안하면 미분양이 안 늘어나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다.
미분양 양도 많고 속도도 빨라지면서 국토교통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집값하락이 되면 소비감소, 내수경기 침체, 전세금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 심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만 미분양이 늘어나면 위기가 금융시장으로 전이가 되면서 국가경제가 뿌리 채 흔들릴 수 있다.
분양이 되지 않고 미분양이 발생하면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을 해준 금융회사들은 자금회수의 길이 막히면서 자금경색이 발생한다. 몇 달 만에 해결될 문제라면 걱정도 하지 않겠지만 상황에 따라 2-3년 위기가 지속된다면 분양현장에 묶인 PF로 인해 우리나라 금융권은 지각변동이 생길 수 있다. 현재 PF 연체액이 1조원 넘었으며 PF대출 잔액은 125조원이 넘는다.
그래서 미분양이 10만가구 가까이 가면 정부가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입지가 좋고 가격할인이 많이 되는 사업지는 LH 등 공공이 직접 매입을 해도 좋지만 단순히 미분양이 늘어난다고 무조건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미분양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반대다.
분양가 인하, 중도금대출 무이자, 확장 및 옵션 무료 등 건설사들의 자구노력이 우선 선행되어야 한다. 그 다음 서울 수도권보다 지방 미분양이 심각한 만큼 지방 미분양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자들에 한해 취득세 면제, 양도세 5년간 면제, 저금리 대출 등의 패키지 지원 정도 혜택은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