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대출 잔액 급증세...부실채권도 지속 증가
주요 저축銀 유동성비율 위험 수준...잠재위험 부각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최근 주요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가능성에 고금리로 인한 영업 환경 악화가 겹치면서 리스크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저축은행들의 유동성 비율도 하락세를 보이면서 금융당국의 감독규정 기준치에 다가서고 있다는 점도 문제시되고 있다.
유동성 비율이란 3개월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같은 기간 내 갚아야 하는 부채로 나눈 값을 말한다.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비율은 감독규정에 따라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유동성비율이 내려갈수록 향후 위기상황 발생 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1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받은 고금리 예금 유치로 비용이 올라가면서 대출금리가 높아지고 영업이 어려운 상태다.
예금금리는 내려가면서 1금융권 대비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이날 3.74%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5.37%에서 올해 들어 1.63%포인트 내리며 시중은행을 밑도는 수준이 됐다.
여기에 급속도로 불어난 부동산PF 대출은 향후 부실화할 경우 우리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된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기준 10조6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2020년 말 대비 3조7000억원 급증했다.
이런 상황에 작년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PF 시장에 대한 부실채권까지 증가하며 건전성 우려도 커졌다. 작년 3분기 전체 저축은행의 고정이하 부실여신액은 4조1463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200억원 넘게 늘었다. 부동산 PF 시장이 경색되자 채권이 부도로 이어져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는 부실채권이 늘어난 것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저축은행 업권의 대출 연체액은 2016년 6월 이후 약 6년 만에 3조원을 넘었고,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4%로 2021년 말과 비교해 1.2%p 상승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는 여신금액이 거액이라는 특성상 뇌관이 일단 터지면 저축은행 건전성 지표를 불가피하게 급락시킬 공산이 크다.
앞서 저축은행들은 팬데믹 당시 저금리 상황과 더불어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보이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규모를 늘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말 6조3000억원이었던 PF 대출규모는 2021년 말 9조5000억원, 2022년 3분기엔 10조7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특히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웰컴·한국투자·페퍼)의 PF대출 잔액은 2조6295억원으로 전년보다 약 45% 급증하기도 했다.
부동산 경기 호황에 힘입어 PF 익스포저가 크게 확대됐지만, 이후 경기 저하에 따라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모두 상승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고위험 사업장 대출 비중은 지난해 6월말 기준 29.4%에 이른다.
저축은행들은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기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늘렸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로 연체가 급증하면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저축은행의 부동산 PF대출 연체 잔액은 약 3000억원, 연체율은 2.40%로 집계됐다. 2021년 말 대비 연체금액은 1000억원, 연체율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전체 금융사 중 증권사 연체 잔액 3638억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PF 부실 가능성이 지속해서 부각되고 있다"며 "지난 2011년 연쇄 부도 역시 부동산 PF 부실이 기폭제로 작용했었다. 사업장 정리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수익성 저하나 건전성 악화는 감수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익성 보완을 위해 매입한 유가증권의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도 잠재 리스크 요인"이라며 "SVB 사태에서 봤듯이 유동성 조달을 위한 보유 자산 매도 과정에서 평가손실 반영이 투자자 심리에 치명적이었다. 채권뿐 아니라 최근 주가 부진으로 인한 유가증권 전반의 가격 하락 역시 잠재적인 위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보유 규모는 지난해 3분기 5조5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3조1000억원 대비 77.8% 급증한 규모로, 전체 자산 증가율 48.4%를 크게 상회한다.
정 연구원은 "과거와의 차이점은 모바일뱅킹 도입으로 인한 예금인출의 용이성에 있다"면서 "부실 가능성이 부각된 저축은행에 대한 우려가 예금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집에서 발 빠르게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 공포 속 뱅크런이 과거 대비 빠르게 발생해 저축은행의 유동성 대응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