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분·영구채 근 7조, 영업익, 전년 동기비 90.25%↓
황용식 교수 "보유 현금으로 타 선사 인수 시 경쟁력 제고"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국적 대표 해운사 HMM 매각 작업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높은 가격·영구채 등이 문제점으로 꼽히지만 국내 해운업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오히려 덩치를 키우기 좋은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HMM 최대 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매각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은 각각 20.69%, 19.96%씩 총 40.65%다.
지난 3월 2일 산은과 해진공은 HMM 경영권 매각과 관련한 용역 수행 기관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힘에 따라 인수자 모집을 공식화했다.
앞서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외국 기업이나 사모 펀드에 팔지 않는 선에서 HMM 민영화 여건 조성에 주력하겠다"며 매각 의지를 천명했다.
이처럼 정부 당국이 강력한 매각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HMM을 사들이겠다는 희망자가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CJ그룹·HD현대·LX그룹 등이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이 돌았으나 현재는 잠잠한 상태다. 재계 관계자들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겠다"며 손사래를 치는 등 인수설에 선을 긋는 모양새다.
이 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로는 여러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산은과 해진공이 들고 있는 HMM의 지분 가치는 약 4조원에 달하고,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는 영구채는 2조8600억원 수준이다. 다시 말해 흔들리지 않는 HMM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6조86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오는 9월에는 1조2000억원 상당의 영구채 상환도 예정돼 있어 인수 희망기업에는 부담이다.
두 기관이 가진 영구채가 실제 주식으로 바뀌게 될 경우 기존 주식은 희석될 것이 분명해 HMM에 대한 정부 지분은 되레 늘어나게 된다. 경영권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도 존재한다. 그러나 HMM은 부실을 완전히 털어내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한 만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오히려 산은과 해진공이 손해를 입는 꼴이고, 배임 논란에 휘말릴 수도 있다.
또한 해운업황이 급격히 꺾인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 지수(SCFI)는 지난해 1월 5109.6까지 찍었지만 지난 19일에는 972.45로 급락했다. 이와 관련, 코로나19의 수혜를 입은 HMM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0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0.25%나 떨어졌다.
300억~500억원대의 수수료가 책정된 매각 주관사 선정에는 국내외 유수의 증권사들이 몰려들었지만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보면 연내 HMM 매각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올해 안에 매각이 성사되지 않으면 HMM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HMM 매각이 불발돼도 괜찮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SK해운 탱커선 △현대LNG해운 △폴라리스쉬핑 등 여러 국적 선사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상황이다.
HMM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보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2조3869억원에 달한다. 특히 과거 사내 사업부였다가 분사한 현대LNG해운을 되사들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고, 폴라리스쉬핑 소유주 칸서스자산운용과 창업주 김완중·한희승 공동회장은 8000억원 선에서 매도하길 바라고 있다는 전언이다.
2017년 2월,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한 이후 국내 해운업계는 경쟁력의 척도인 상당수 노선을 상실했다. 이 같은 이유로 HMM이 동종업계 타 기업을 사들이면 전반적인 국내 관련 업계의 영업 능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한진해운이 공중 분해된 이후 외국 선사들이 파이를 나눠 가져 한국 해운업계 매출이 대체로 감소했다"며 "거시적인 관점에서 국익을 중점적으로 고려한다면 산은이 반드시 HMM을 급하게 매각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언급했다.